다사다난 했던 2024년,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업종간 희비가 극명하게 교차했다. 조선업계는 오랜 만에 호황을 맞이해 승승장구한 반면, 철강업계는 전방수요 부진에 저가재 유입이 겹쳐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경기 부진과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짙어진 가운데 업계는 대내외 상황 극복에 힘을 모으고 있다. 한 해를 돌아보며 조선ㆍ철강 업종의 주요 뉴스를 꼽아봤다.
![한국 조선업계가 건조한 LNG선 [제공=각사]](https://cdn.ebn.co.kr/news/photo/202412/1647311_659411_05.jpeg)
■13년 만에 동반 흑자…'슈퍼사이클' 탄 빅3
올해 국내 조선업계는 13년 만에 동반 흑자를 바라본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내리막 전환했던 조선업황이 불황의 장기 터널을 지나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대형 조선사는 지난해부터 순차적으로 실적 턴어라운드에 돌입했다. 2021년 글로벌 발주 시장이 반등한 이후 건조물량이 늘고 신조선가가 상승을 거듭하면서 수익성 개선이 이뤄졌다. 선별수주를 통해 고부가가치 선박을 수주, 생산에 집중하면서 이익 성장 궤도에 올랐다.
지난해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연간 실적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후 매분기 이익 성장을 기록했다. 한화오션도 악성재고를 털어내며 적자 탈피를 목전에 뒀다.
■카타르 2차 물량 마무리…LNG 강자 ‘우뚝'
국내 조선업계의 효자품목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올해도 발주 호황을 보였다. 대규모 프로젝트인 카타르발 물량은 연초부터 국내업계의 관심사였다.
우리 빅3는 1차 물량에서 총 65척 중 54척을 싹쓸이 한 데 이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카타르 측으로부터 2차 프로젝트 물량 LNG 운반선 44척을 수주했다.
카타르 대형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국내 업계는 또 한번 LNG선 분야의 선두 지휘 자리를 분명히 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LNG선과 LPG선을 포함한 가스선 시장에서 글로벌 수주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했다.
■조선업 호황에도 중대재해 연달아 발생
조선업은 모처럼만의 호황으로 활기가 넘쳤으나 연이은 중대재해 사고로 근로자들이 사망하는건조현장에서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연달아 발생했다.
국감장에서도 조선업계의 재발방지 대책에 대한 요구가 컸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경영진에게는 "안전한 기업이 되려면 인력에 투자해야 되는데 안전경영 쇄신 방안이 미흡하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이에 업계에는 근본적인 안전시스템 구축과 실효성 있는 안전관리 대책 마련이 중요 과제로 떠올랐다. 불황기 이후 만성적인 인력난과 다단계 원하청 구조는 조선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제기된다.
■美 MRO 시장 열렸다…트럼프 ‘러브콜’까지
선박 건조를 넘어 애프터마켓 시장이 신규 먹거리로 떠오르는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는 올해 해외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시장 개척에 분주히 나섰다.
한화오션은 국내 조선소 최초로 미국 해군의 함정정비 사업을 수주했다. 지난 8월 4만톤 규모의 미해군 군수지원함 창정비 사업을 수주한데 이어 지난달 급유함 ‘유콘(USNS YUKON)’함의 정기수리 사업을 추가로 맡게 됐다. HD현대중공업도 내년부터 관련 수주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미국발 호재는 우리 조선업계에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한국 조선업에 협력을 요청하면서 MRO 사업의 특수가 예상된다.
■KDDX 놓고 특수선 양강 ‘충돌’
특수선 분야의 ‘양강’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입찰을 앞두고 반년 넘게 신경전을 벌였다.
KDDX는 2030년까지 우리 해군이 6000t급 이지스함 6척을 발주하는 사업. 총 사업비 7조8000억원 가량이 투입되는 국내 특수선 분야 ‘최대어’로 꼽힌다. 이를 놓칠 수 없는 업체간 경쟁이 장외로 이어지며 갈등이 심화했었다.
양사는 사업입찰 방식을 두고 대립했다. HD현대중공업은 관례대로 수의계약을, 한화오션은 경쟁입찰을 주장한다. 양사간 싸움은 상대를 향한 고소ㆍ고발로 이어졌고, 경찰 수사와 법정 다툼 속에 KDDX 사업은 기약없이 지연되면서 국방공백의 우려를 낳았다.
지난달 양사가 지난달 대승적 차원에서 고소·고발을 전격 취하하면서 장외 갈등은 일단락됐으나 여전히 이견은 팽팽한 상태. 사업 주관 부처인 방사청은 내년 상반기까지 사업입찰 방식을 확정해 업체들에게 통보한다는 방침이다.
![철근 [제공=한국철강]](https://cdn.ebn.co.kr/news/photo/202412/1647311_659412_023.jpg)
■현대제철, 중국산 저가 후판·열연강판 반덤핑 제소
현대제철은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중국산 후판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다. 중국이 '저가'를 무기로 자국에서 팔지 못한 물량을 '밀어내기' 수출하며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산 후판은 톤당 70만원대로 국산 후판보다 20만원 가량 저렴하다.
최근 무역위는 중국산 후판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최종 결정이 나기 전에 잠정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다. 반덤핑 조사는 이르면 내년 1월 잠정 관세 부과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현대제철은 12월 19일 무역위에 중국·일본산 열연강판 대상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다. 올해 1∼11월 국내 열연강판 수입량은 약 343만톤으로 집계됐다. 이 중 중국산과 일본산이 각각 153만톤, 177만톤으로 전체 수입량의 96.2%를 차지했다. 가격은 국산보다 최대 30% 가량 싸다.
■ 철근 최악의 부진에 현대제철·동국제강, 생산 감축
국내 철근 생산 1·2위 업체인 현대제철·동국제강이 보수 확대, 야간 조업 등으로 생산량을 줄였다. 현대제철은 2월부터 인천공장 전기로에 대해 6개월간 특별보수를 진행한 데 이어 당진제철소도 9월부터 12월 중순까지 3개월간 장기 정기보수를 진행 중이다.
동국제강은 6월부터 감산에 들어갔다. 전기료가 비싼 주간에는 조업을 하지 않고 야간에만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건설 경기 악화로 철근 수요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1~9월 국내 철근 생산량은 591만2000톤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올해 철근 수요가 800만톤을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국내 연간 철근 생산능력인 1200만~1300톤의 61~66%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 저가 중국산 범람에 포스코 공장 2개 폐쇄
포스코는 7월 포항 1제강공장을 폐쇄했다. 이어 4개월 후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셧 다운했다. 1979년 2월 28일 가동을 시작한 1선재공장은 2024년 11월 19일 45년 9개월 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저가 중국산 범람으로 인한 공급 과잉이 주 원인이다. 2023년 글로벌 선재시장 생산능력은 약 2억톤이지만, 실제 수요는 9000톤에 불과했다. 대표적으로 중국 선재밀은 약 1억4000만톤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내수 건설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 부족 환경에서 가동율 확보를 위해 저가로 주변국에 수출하면서 글로벌 선재 가격 하락을 주도해 왔다.
■ 포스코, '기회의 땅' 인도에 일관제철소 짓는다
포스코그룹은 10월 인도 1위 철강사인 JSW그룹과 연산 5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부지는 오디샤주가 우선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포스코그룹이 19년 만에 오디샤에서 다시 일관제철소 건설이라는 비전을 품게 된 것이다.
포스코가 19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인도 철강 시장에 문을 두드린 것은 인도 시장이 성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도는 세계 2위 조강(쇳물) 생산국으로 오는 2030년까지 조강 생산량을 3억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인도 정부가 제조업 확대 방침에 따라 인프라 투자·개발과 건설활동을 늘리고 있어 철강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철강 전문 분석 기관 WSD(World Steel Dynamics)에 따르면 인도 철강 수요는 연평균 7%씩 증가해 2030년 1억90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1위 철강 생산·소비국인 중국마저도 침체에 빠져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 원·달러 환율 급등에 철강사, 수익성 '비상'
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철강사의 수익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 27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86.7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장중 고가 기준 금융위기 당시였던 지난 2009년 3월16일 1488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는 철강사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철강사는 철광석, 제철용 원료탄 등 원자재를 달러로 결제한다. 환율이 오르면 같은 양을 구매해도 더 높은 원화 환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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