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후판 제품 [제공=현대제철]](https://cdn.ebn.co.kr/news/photo/202412/1647285_659379_340.jpg)
철강업계와 조선업계의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원·달러 환율 급등과 저가 중국산 후판 수입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예년보다 많아졌기 때문이다.
후판 가격 결정의 주요 요인 중 하나인 철광석 가격은 떨어졌지만 환율은 올라 원자재 비용이 상승했다. 국산보다 싼 중국산 후판이 범람하면서 조선업계의 선택지가 다양해졌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업계와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지난 7월 시작한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아직 진행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하반기 후판 가격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제조원가의 20% 가량을 차지한다. 후판 비용이 조선사 수익성과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원료 철광석 가격이 하락했으니 후판값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7일(현지시간) 중국 칭다오항 수입 기준 철광석 현물가격은 톤당 99.4달러로 연초보다 43.8달러(30.59%) 떨어졌다.
저가 중국산 후판의 수입 증가도 조선사들의 가격 '인하'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최근 국산 후판 유통가격은 톤당 약 91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톤당 70만원대에 거래되는 중국산과 가격 차이가 20만원 가량 난다.
저가를 무기로 한 중국산 후판 수입은 올해 큰 폭으로 늘었다. 내수 부진에 시달리는 중국이 자국에서 팔지 못한 철강재를 밀어내기 한 결과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산 후판의 누적 수입량은 753만5041톤으로 지난 2021년 754만5041톤, 2022년 675만5759톤을 이미 넘어섰다.
국산과 품질 차이도 거의 없다는 게 조선업계 설명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선박은 공정 과정을 진행할 때마다 선급에서 나와서 검사를 진행한다"며 "품질이 기준에 못 미치면 공정을 진행할 수 없다. 검사를 통과한 중국산 후판은 배 만드는 데 문제가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도 "후판이 얼마나 균일하게 제조되느냐가 관건인데 중국산과 국산의 품질 차이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업황과 실적에 대한 상반된 생각도 협상을 지난하게 만들고 있다. 조선업계는 이제야 오랜 적자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고, 철강업계는 그동안 계속 흑자였던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 3사는 올해야 비로소 일제히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철강업계는 조선업계의 인하 주장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환율 상승을 감안하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계엄 이후 치솟은 환율은 급기야 1480원을 돌파했다.
지난 27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86.7원까지 급등했다. 이는 장중 고가 기준 금융위기 당시였던 지난 2009년 3월16일 1488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는 철강사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철강사는 철광석, 제철용 원료탄 등 원자재를 달러로 결제한다. 환율이 오르면 같은 양을 구매해도 더 높은 원화 환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광석 가격이 떨어졌어도 환율이 너무 올라 원가 부담이 늘었다"며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중국산 저가 후판의 범람도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과도한 가격 '후려치기'와 '밀어내기'로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대제철은 7월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중국산 후판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다. 최근 무역위는 중국산 후판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최종 결정이 나기 전에 잠정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다. 반덤핑 조사는 이르면 내년 1월 잠정 관세 부과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여러가지 문제가 얽히고 섥혀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은 내년이나 돼야 결론이 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철강사들이 힘든 상황을 강조하고 있는데 최근 포스코와 현대제철에서 정기 임원 인사가 있었기 때문에 하반기 후판값 인상은 내년 초까지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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