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11월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1열연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제공=포스코]
지난 2022년 11월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1열연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제공=포스코]

2024년 철강업계는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에 내수 부진까지 겹치며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수요 감소에 제품 판매와 가격 모두 쪼그라든 것이다. 업계는 생존을 위해 몸집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확대하는 등 활로 모색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올해 1~11월 중국의 철강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22.6% 증가한 1억115만톤을 기록했다. 아직 12월 한 달이 남아 있기 때문에 올해 연간 수출량은 이보다 더 많을 전망이다. 

지난 2016년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다. 중국의 연간 철강 수출량이 1억톤을 넘긴 것은 2015년과 2016년, 두 번뿐이었다. 

11월 한 달만 따로 보면 중국 철강 수출량은 전월 대비 17% 줄었다. 그러나 전년 동기 대비로는 15.8% 증가한 927만8000톤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의 중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앞두고 중국이 막판 밀어내기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中 저가 밀어내기에 반덤핑 제소…공장 문 닫아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은 철강 내수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각종 경기 부양책에도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가운데 특히 건설·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부동산 업황이 철강 수요를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건설 산업은 중국 철강 시장 수요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은 자국에서 팔지 못한 철강재를 '저가'를 무기로 동남아, 유럽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수출을 늘렸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은 753만5041톤으로 전체 수입량 1243만6478톤의 60.6%를 차지했다. 

올해 1~10월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은 작년 연간 수입량(872만8214톤)의 86%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 2022년(675만5759톤), 2021년(754만7666톤) 연간 수입량은 이미 넘어섰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철강 내수 부진에 시달리던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국내 철강 업황은 건설 경기 악화가 직격탄이 되며 수요가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중국산 저가 제품이 밀고 들어오며 가격까지 떨어져 수익성이 악화됐다. 

후판이 대표적이다. 올해 1~10월 중국에서 수입된 후판은 115만7800톤으로 지난해 수입량 112만2774톤을 이미 넘어섰다. 가격은 톤당 70만원대로 국내 후판보다 약 10만~20만원 가량 저렴하다.  

이에 현대제철은 지난 7월 중국 업체들의 저가 후판 수출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반덤핑 제소를 제기했다. 무역위는 지난 10월 4일부터 조사에 돌입했고 현재 잠정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다. 현대제철은 후판에 이어 열연강판에 대해서도 추가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국내 철강업계는 몸집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달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셧 다운했다. 이번 1선재 폐쇄는 지난 7월 포항 1제강공장에 이은 올해 두 번째 셧다운이다. 

또한 포스코의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는 중국 장가항포항불수강(POSCO (Zhangjiagang) Stainless Steel Co.,Ltd.) 매각을 위한 자문사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포스코가 해외에서 처음으로 스테인리스 일관 생산 설비를 구축한 공장이지만 적자폭이 확대되면서 매각 대상에 올랐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올 3월 취임하면서 밝힌 그룹 차원에서의 저수익 사업 및 비핵심 자산 구조개편의 일환이다. 철강 분야에서만 1조원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도 포항2공장 폐쇄를 추진 중이다. 동국제강도 6월부터 감산에 들어갔다. 전기료가 비싼 주간에는 조업을 하지 않고 야간에만 제조를 하는 것이다.

'고부가 강재'로 새 먹거리 개척…세계 2위 인도 잡아라  

철강업계는 '철강 공룡' 중국과 불황 극복을 위해 '고부가가치 강재'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포스코는 하이퍼루프 전용 강재, 전기차용 전용 강재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하이퍼루프는 진공 상태의 튜브에서 초고속으로 운행할 수 있는 열차다. 상업용 하이퍼루프 튜브용 강재는 1㎞당 약 2000톤이 필요하다. 오는 2050년까지 유럽에만 총2만5000㎞에 달하는 하이퍼루프 건설이 전망되기 때문에 철강업계의 새 먹거리가 될 수 있다. 

현대제철은 원전, 방산 등 성장하는 산업의 신규 수요 선점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기술력을 필두로 신한울 3·4호기용 강재를 공급할 예정이다. 원전 건설용 강재 공급 입찰에는 한수원 유자격자만 참여 가능하다. 해당 자격을 획득하려면 기본적으로 '케픽'(Korea Electric Power Industry Code, 전력산업기술기준)인증을 받아야 한다. 현대제철은 이미 케픽 인증을 획득했고 주요 제품에 대한 인증을 추가 보유해 수주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또한 철강업계는 떠오르는 해외 시장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대표적인 시장이 인도다. 인도는 세계 2위 철강 생산국으로 국가 주도의 제조업 활성화 정책으로 철강 수요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철강 전문 분석 기관 WSD(World Steel Dynamics)에 따르면 인도 철강 수요는 연평균 7%씩 증가해 2030년 1억90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그룹은 19년 만에 인도에 일관제철소 건설을 다시 추진한다. 인도 1위 철강사인 JSW그룹과 연산 5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부지는 오디샤주가 우선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포스코는 1단계로 연산 500만톤을 계획하고 있지만 현재 생각하고 있는 부지가 약 1600에이커(647만4970m2) 정도 되기 때문에 2단계까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도 3분기 인도 푸네에 연산 23만톤 규모의 스틸서비스센터(SSC)를 착공했다. 내년 3분기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 현대자동차 인도 푸네 공장에 자동차 강판을 공급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가 푸네 공장의 생산능력을 두 단계에 걸쳐 오는 2028년까지 25만대 추가 확대할 계획인 만큼 현대제철 푸네 SSC의 공급 규모도 늘어날 수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 업황이 내년에는 나아진다고 하는데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워낙 많아 업황 관련 여러가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포스코 제철소 [제공=포스코]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포스코 제철소 [제공=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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