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거래를 시작한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제공=연합뉴스]
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거래를 시작한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제공=연합뉴스]

탄핵 정국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치솟자 산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환율 변화에 따라 비용과 수익성이 변동되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와 조선해운업계는 환율 상승으로 원화 매출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지만 급등락하는 환율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철강과 항공업계는 환율 급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9일 오전 11시 18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419.2원) 대비 17.4원 치솟아 1436.6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주간거래 장중 고가 기준으로 지난 2022년 10월 25일(1444.2원) 이후 약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인한 강달러 가능성과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 증가, 약화된 거시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 등이 원화 가치를 떨어트릴 것이란 분석이다. 

노무라증권은 "내년 2분기 원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내년 5월 말까지 원·달러 환율을 1500원 타깃으로 달러/원 롱포지션(달러 매수)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자동차 산업은 대표적인 환율 수혜 업종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 국내 자동차업계 매출이 약 4000억원 증가한다고 추정했다. 일례로 현대자동차는 올해 3분기 말 기준 원·달러 환율이 5% 상승하면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이 1235억원 상승한다. 

조선해운업계도 환율이 오르면 원화 매출이 같이 증가한다. 조선업계는 선박 대금을, 해운업계는 운임을 달러로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환율 상승이 장기간 이어지면 비용 증가 우려가 있다. 자동차, 조선업계는 철강재, 각종 부품 등을 사와 완제품을 만든다. 환율 급등은 이러한 원자재값 상승으로 이어져 제조원가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철강과 항공업계는 고환율에 시름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환율 상승으로 제조원가 증가가 우려된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사는 철광석, 제철용 원료탄을 수입해 철강재를 만든다. 이러한 원자재는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같은 양을 구매해도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한다. 철강 수요가 냉각된터라 원자재 비용 증가를 바로 제품가격에 반영하기도 어렵다. 

항공업계는 고환율에 직격탄을 맞았다. 영업비용의 20~30% 이상을 차지하는 항공유와 항공기 리스료를 달러로 지불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3분기 말 순외화부채 약 33억달러 기준으로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33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 

환율 급등과 더불어 정국 불안으로 여행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이후 한국은 일부 해외 국가에서 '여행 위험 국가'로 분류됐다. 영국과 이스라엘은 한국에 대해 여행 경보를 발령했고 미국과 일본 등도 자국민을 대상으로 주의를 당부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환율과 유가 상승은 항공업계 특성상 상시 변수로 보지만 지금 시국은 특별한 상황"이라며 "한국으로 오는 관광객이든 한국에서 외국으로 나가는 수요든 여행 심리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