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각 사]
[제공=각 사]

산업계가 비상계엄 사태·탄핵 정국 영향 아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탄핵 정국 장기화를 염두해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 추후 정세 변화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정국 변화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세우고 전략 재정비·리스크 점검에 총력을 쏟는 움직임이다.

일각에서는 탄핵 공방 장기화와 국정 동력 약화에 따른 경제 외교 실종 등 기업 경영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9일 재계에 따르면 계엄령 여파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 부결 등 국정 불확실성 확대로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수출 주력 산업인 반도체·자동차·배터리 관련 기업들은 칩스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도날드 트럼프 당선자가 보조금 축소를 예고한 분야에서 어떤 위기가 닥쳐올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와 같은 국가 핵심산업에서의 민관 협동 역시 동력을 잃게 될 수 있다는 게 산업계 시각이다.

현재 정국은 소용돌이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야당은 일주일마다 탄핵안을 상정시켜 재투표를 할 방침이다.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도 거세지며 재계 대내외적 리스크는 한층 혼란스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삼성, SK, LG 등 주요 기업들은 비상 계엄령이 해제된 이후 일제히 긴급회의를 소집하기도 했다. 경제·금융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향후 각 계열사에 미칠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다.

재계는 지난 4일 오전부터 긴급회의를 소집해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고 대책 마련에 착수한 바 있다.

SK그룹은 이날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일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하는 주요 경영진 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사태 이후 상황을 점검하고 그룹 경영 활동에 미칠 영향 등을 논의 했으며, LG는 계열사별로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해 금융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해외 고객 문의에 대한 대응 등을 점검 했다. 

이밖에 HD현대, HS효성, 포스코홀딩스 등도 계엄령 사태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 하기도 했다. 정부 간 외교·안보 관계 등이 수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방산업계도 불확실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탄핵 정국으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각 기업들은 정치적 불안정성에 대비해 해외 거래선과 투자자들의 신뢰 점검 등을 놓고 논의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비상계엄 사태·탄핵 정국 영향 속 급등세를 타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산업계를 압박하는 요소다.

9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6.8원 오른 1426.0원에 개장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초반 1430원을 터치한 이후 반락했지만, 상승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는 모습이다.

환율 상승은 대규모 설비투자를 앞둔 기업이나 외화채 발행 비중이 높은 기업의 부담도 키울 수 있다.

당장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추진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서는 환율 상승 장기화에 대비해 장비·설비 반입 비용 증가를 따져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연간 10억 배럴 이상의 원유 전량을 해외에서 달러화로 사들이고 있는 정유업계 역시 환차손 영향을 살펴야 하는 실정이다. 철강재 생산에 필요한 철광석·제철용 연료탄 등의 원재료를 수입하는 철강업계 역시 환율 급등이 골칫거리다. 

한편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재계는 내년 사업·투자 계획과 자금 조달 방안 등을 논의하는 회의를 잇따라 열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순 국내외 임원급 인사가 모이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갖는다. LG그룹도 조만간 구광모 회장 주재로 회의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불확실성 속에서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고 유동성 확보 등 다각적 시도를 통해 위험 분산을 모색해야 한다"며 "정치적 환경 변화와 무관하게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전략을 재정비 해 장기적 관점의 투자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