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직원들이 출선(쇳물을 빼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제공=포스코]
포스코 직원들이 출선(쇳물을 빼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제공=포스코]

철강업계가 2025년 정기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통해 '구매' 부문 강화에 나섰다. 수요 부진과 원·달러 환율 급등에 원가, 비용 관리를 보다 철저하게 하기 위한 방편이다. 이를 통해 수익성을 방어해 불황을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2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이번 정기 임원 인사에서 이유경 포스코홀딩스 경영지원팀장(전무)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포스코 구매투자본부장으로 선임했다. 포스코그룹 역사상 최초의 '여성 부사장'이다.  

그는 포스코그룹 최초의 여성 대표이사 타이틀도 갖고 있다. 지난 2021년 그룹의 소모성 자재 전문기업인 엔투비의 사장에 올랐다. 

이번에 포스코그룹이 임원을 15%, 승진 규모를 30% 이상 줄인 것을 감안하면 이 신임 부사장의 선임은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이 신임 부사장의 전문성을 높이 산 것으로 풀이된다. 

이 신임 부사장은 포스코에서 원료1실 원료수송그룹장, 원료2실 광석그룹장을 거쳐 설비자재구매실장을 지냈다.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구매·조달' 전문가다. 엔투비 사장 부임 첫 해인 2021년에는 매출액 8620억원, 영업이익 106억원을 올렸다. 각각 전년 대비 42.2%, 430% 급증해 큰 폭의 성장을 이뤘다. 

현대제철도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각 사업본부에 있던 구매 조직을 통합해 구매본부를 신설했다. 구매본부장에는 호주 광산업체 BHP의 한국지사장을 지낸 박태현 전무를 영입했다.

BHP는 현대제철과 장기계약을 맺고 철강의 원료인 철광석, 제철용 원료탄 등을 공급한다. 박 전무는 2005년에서 2008년까지 현대제철 원료기획팀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동국제강그룹은 구매 분야의 콘트롤 타워 강화를 위해 오너 일가가 직접 나섰다. 컬러강판·냉연강판 자회사인 동국씨엠에 구매실을 신설하고 장선익 전무가 구매실장를 맡는다.

장 전무는 동국제강그룹의 오너 일가 4세다. 이번 조직 개편으로 동국제강과 함께 동국씨엠 구매실을 동시에 이끌게 됐다. 장 전무는 2022년 12월 전무로 승진하며 동국제강 구매실장으로 선임됐다. 

통상적으로 철강사의 구매 담당 임원은 중책으로 분류된다. 철광석, 제철용 원료탄 등 원자재 구매를 총괄하는데 이는 철강사 원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시기에는 원가 관리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 철강사는 원자재를 대부분 달러로 결제하는데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같은 양을 구매해도 비용이 더 많이 든다. 철광석이 톤당 100달러라고 했을 때 환율이 10원 오르면 1000원을 더 내야 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1시 22분 현재 전일 주간 거래 종가보다 20.7원 뛴 1485.5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장중 기준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은 오래된 산업으로 영업망이나 제품 기술력은 안정화돼 있다"며 "철강 업황이 안 좋을수록 원료 구매비용 등 원가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철강업계는 내년에도 수요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위기 대응에 나섰다. 포스코그룹은 임원 수 감축과 더불어 조직도 슬림화했다. 포스코홀딩스는 '본부제'를 도입해 의사 결정 단계를 간소화한다. 기존 '총괄제(총괄-팀-담당)' 조직을 '본부제(본부-실)'로 재편해 6본부로 운영한다. 

동국제강은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고객 중심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마케팅실을 신설한다. 동국제강은 철근과 H형강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로 올해 철근 수요가 급감하면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철근 수요가 800만톤이 안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국내 연간 철근 생산능력인 1200만~1300톤의 61~66%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와 수요산업 침체로 내년에도 업황은 어려울 것"이라며 "개선 시기를 점칠 수 없는 상황으로 원가 관리와 수익성 방어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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