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412/1647360_659475_1528.jpeg)
주인이 없는 소유분산기업인 금융지주들은 외풍에 시달린다. 새 정권 마다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문제를 들쑤신다. 그럴수록 금융지주들은 참호를 쌓아 우호지분으로 세력을 공고히 했고 외풍은 미풍에 그치고 말았다.
주인이 없지만 있는 것 같은 상황은 이어졌다. 지분이 분산돼 있는 만큼 기관이나 주주들의 의결권도 영향권 밖에 있다. 국민연금은 2020년 조용병 신한금융지주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지만 결과를 뒤흔들지는 못했다. 금융지주들이 우호지분이 될 사모펀드를 포섭하는 계기만 만들었다. 요새는 더 두터워졌다.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인 ISS도 다른 금융지주의 회장, 이사 선임안을 반대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그러다가 금융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작심하고 나섰었다. 월권, 과도한 인사개입이라는 지적을 감수하고서도 금융지주들을 향해 일관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압박했다. 정례적으로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만났고, 부회장제를 폐지시켰고 책무구조도를 도입했다. 부당대출로 금융권을 뒤흔든 우리금융에는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렵다, 현 경영진이 책임져야 한다 등 발언 수위를 나날이 높였다. 주요 금융지주 전반을 향한 경고였다.
국정감사가 생각보다 맹탕으로 끝나고 야당이 금융당국의 월권이라고 지적하면서 상황은 우리금융에 유리하게 전환됐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사퇴보다는 사태 수습을 도맡게 됐다. 갑자기 탄핵 정국이 들어서면서 우리금융 정기검사 발표도 미뤄졌다. 레임덕을 건너뛰고 데드덕으로 치닫으면서 금융지주를 향한 당국의 사정권도 희미해졌다.
그 사이 하나금융지주는 70세가 넘어도 임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 규범을 변경했다. 금융지주들이 회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내규를 개정하는 일이 심심찮게 있어오던 게 또 반복되는 모양새다.
물론 하나금융을 이 만큼 키운 함영주 회장이 나이 하나때문에 임기 도중 칼 같이 물러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다른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젊은 인물로 앉혀야만 쇄신은 아니다.
KB금융도 물러나는 이재근 국민은행장을 지주 글로벌부문장에, 이창권 국민카드 대표를 디지털 부문장에 앉혀 최고경영자 후보군 육성에 나섰지만 사실상 폐지됐던 부회장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근 행장과 이창권 대표의 업적을 봤을때 유능하고 젊은 인재를 활용하기 위한 인사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현 정치 상황을 감안하면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이나 인사 시기가 다소 아쉽다.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문제가 다시 퇴보하지 않도록 새 리더들이 더 노력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