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속에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연말을 앞두고 소비심리가 위축된 16일 서울 명동거리의 모습. [제공=연합]
경기 침체 속에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연말을 앞두고 소비심리가 위축된 16일 서울 명동거리의 모습. [제공=연합]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년 만에 국내 경제의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8일 발간된 KDI의 경제동향 1월호에 따르면 최근 국내 경제는 생산 증가세 둔화와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경기 개선이 지연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경제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대외적인 불확실성과 더불어 국내 정치 상황까지 더해져 전반적인 경제 심리가 악화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는 지난 2023년 1월 이후 처음으로 경기 하방 압력을 언급한 사례다. 당시에는 금리 인상의 영향이 실물경제에 점진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향후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는 최근 탄핵 정국과 과거 정치적 불안 상황을 비교하며 금융시장과 경제 심리를 면밀히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금융시장 지표는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소비자심리지수가 급격히 하락하는 등 경제 심리는 큰 폭으로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2016년)과 비교해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이 제한적이고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역시 낮은 수준에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반면 소비자심리지수는 단 한 달 만에 12.3포인트(p) 하락하며 당시보다 더 가파른 감소세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기업심리지수 또한 예전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내수와 수출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 KDI는 반도체를 제외한 생산 및 수출 증가세가 둔화됐으며, 건설업 중심의 내수 경기도 약세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상품소비와 건설투자의 장기적 부진이 경기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0.3% 줄어들었다. 특히 건설업 생산은 무려 12.9% 급감했고,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11.1%) 호조에도 자동차(-6.7%) 및 전자부품(-10.2%) 감소로 증가 폭이 축소됐다.

소매판매 또한 주요 품목인 승용차(-7.9%), 가전제품(-4.5%), 통신기기 및 컴퓨터(-6.2%), 화장품(-9.8%) 등에서 모두 줄며 전체적으로 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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