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제공=연합]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제공=연합]

미국 도날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우리 경제도 초비상 모드에 들어간다.

트럼프 행정부 2기의 핵심 경제 정책은 '보편관세' 적용과 '강(强)달러'로 축약된다. 이러한 방향은 글로벌 무역 질서를 재조정하는 데 큰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교역국들에게도 새 도전 과제를 제시할 전망이다.

20일 산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이 백악관에서 진행된다. 트럼프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자택인 플로리다를 떠나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 DC로 이동한 상태다. 지난 2021년 1월 백악관을 떠난지 4년 만에 워싱턴으로 재입성하게 됐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첫날인 20일(현지시간) 강력한 '메시지'를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최우선 조치로는 관세장벽이 꼽히고 있다. '수출 엔진' 한국 경제에는 직간접 부담을 압박하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은 글로벌 달러화·원/달러 환율 움직임이 '트럼프 충격파'를 가늠하는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 입장에서는 내우외환의 폭풍권에 진입하는 형국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 수입품에 60% 이상,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대규모 감세 공약부터 실행에 옮긴 '집권 1기'와는 다른 흐름으로, 관세카드를 먼저 앞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보편관세가 현실화하면 한국 수출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의하면 보편관세 20%와 대중국 관세 60%를 부과할 때 우리나라의 수출액이 최대 448억 달러(약 65조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공=연합]
[제공=연합]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공약보다는 완화된 형태로, 대중 관세는 현재의 약 11% 수준에서 30~40%로 인상되는 수준일 것"이라며 "대상 품목도 자본재 및 반도체 등 첨단장비, 일부 소비재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보편관세가 현실화하지 않더라도,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로서는 트럼프 2기의 무역정책이 불러올 불확실성 자체가 악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경제전망 업데이트에서 올해 세계 교역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3.2%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둔 외환시장은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분위기다. 지난해 11월 1400원 부근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여기에는 국내의 비상계엄 악재와 불확실성이 글로벌 강달러 요인에 기인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 상승폭 가운데 50원가량은 글로벌 강달러 요인, 나머지 20~30원은 비상계엄 충격으로 각각 분석하기도 했다. 탄핵정국의 정치 불안이 확대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가 관세장벽 높이기에 속도를 낸다면 원/달러 환율에는 추가적인 상승 압력이 불가피하다는 게 산업계 시각이다. 단기적으로는 1500원을 뚫어낼 가능성도 적지 않다.

보편관세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면서 달러 강세를 이끄는 요인이지만, 정작 트럼프 당선인은 약달러 정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모순적인 정책조합 탓에 달러화의 변동성이 증폭될 수 있다.

트럼프 2기 대응은 종국적으로 '정상급 빅딜'을 통해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많다. 최상목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대미 경제외교에 전방위 채널을 가동하고 있지만, 대통령 리더십 공백인 한국 경제로서는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우리 외교는 미증유의 국내 정치적 갈등 상황으로 인해 손발이 묶여있는 형국"이라고 우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권한대행 주도의 범정부 차원에서는 일차적으로 대외신인도를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에 주력할 방침이다. 국제금융협력대사에 최종구 전 지식경제부 장관을, 국제투자협력대사에 최중경 전 금융위원장을 각각 내세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이 트럼프 2기의 일차 타격권에서 다소 빗겨나 있는 흐름은, 대응시간 확보가 절실한 우리로서는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대목이 될 수 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덴마크령 그린란드 매입, 파나마 운하 통제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문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개정 같은 거대한 이슈들을 던져놨다"며 "너무 큰 사안들이어서 당장은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출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편 국내 산업계는 현지 투자 리스크 해소와 함께 대관 능력을 강화하는 등 수출 불확실성을 해소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부역주의' 빗장을 여는 모습이다.

SK그룹은 미 무역대표부(USTR) 비서실장 출시인 폴 딜레이니 부사장을 미 컨트롤타워인 SK아메리카스 총괄 선임으로, 현대차그룹은 성 김 전 주한 미국 대사를 그룹 싱크탱크 수장에 각각 임명한 바 있다.

트럼프 정부 체제서 수혜가 예상되는 꼽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 국방 출신인 마이클 스미스를 한화디펜스USA 법인장, 마이클 쿨터를 해외사업 총괄 대표로 연이어 선임했다. 또 한국무역협회는 연말 조직개편에서 미주지역본부 조직과 인력을 보강하고, 미 주(州)정부와의 경협위원회를 신규 구축하는 등 국내 수출 기업 지원 기반을 강화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