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낸 현대엔지니어링(현대ENG)에 대해 신용평가사들이 잇따라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모회사 현대건설의 신용등급 변동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대건설은 연결 자회사 현대ENG의 대규모 손실을 반영했음에도 실적 개선 가능성, 재무적 대응력이 아직은 양호해 신용등급 유지에 성공했다. 하지만 부채비율 150% 상회 등 신용평가사들이 정한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방아쇠)에 이미 도달한 상태여서 등급 강등 여지가 큰 상황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지난 22일 현대ENG의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되, 등급전망을 종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이는 1~2년 안으로 등급 하향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 같은 날 NICE신용평가(이하 NICE)도 현대엔지니어링신용등급은 그대로 유지하고, 등급전망만 '하향검토 감시대상에' 올렸다. 하향검토 감시대상에 오르면 6개월 내 등급 변동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NICE가 한기평에 비해 더 공격적 기조로 등급을 부여했다.
두 신평사의 이같은 평정은 현대ENG이 지난해 4분기 1조4315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낸 데 따른 것이다. 이는 해외사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현대ENG은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프로젝트에서 원가 상승분 1조1000억원 가량을,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프로젝트 공사비 상승분을 회계 장부에 반영했다. 이로 인해 현대ENG의 부채비율은 작년 9월 114.8%에서 12월 말 243.8%까지 치솟았다.
현대ENG은 해외 발주처와 공사기간 연장 및 그에 따른 비용 보상에 등에 대해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대규모 손실 발생으로 신평사들이 정한 등급 하향 변동 요인에는 충족된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신평사들은 이번 대규모 손실이 소수의 프로젝트에 한정됐고, 다른 프로젝트에서 수익성 개선 여지가 있는 만큼 지속적이 모니터링을 통해 신용등급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기평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를 포함한 국내 건설사업 환경 저하, 인허가 및 인력수급, 발주처와의 협상 등과 관련해 해외 프로젝트가 본원적으로 가지는 매니지먼트 리스크 등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등급수준에 부합하는 사업경쟁력 회복 및 재무구조 개선을 시현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NICE 관계자도 "이번 손실 대상사업장의 손실 사유를 면밀히 검토해 추가적인 손실 가능성을 검토할 것"이라며 “또한 진행 중인 해외 사업장 전반에 대해 진행 상황 및 향후 손실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프로젝트별 충당금 설정 규모와 미수채권 규모, 향후 예상되는 자금 유출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용등급에 반영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현대ENG의 등급 강등 가능성에 모회사 현대건설 신용등급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점이다. 현대ENG의 손실이 반영되면서 현대건설 실적 역시 영업적자를 냈다. 현대건설의 연결 기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은 1조7334억원으로, 연간으로는 1조2209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4분기 손실만 놓고 보면 80% 이상이 현대ENG 적자분이다.
일단 신평사들은 이번 수시 평정에서 현대건설 신용등급을 그대로 유지했다. 현대ENG이 보유 중인 현금성 자산과 미사용여신 등으로 이번 손실에 대응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돼 현대건설의 현대ENG에 대한 재무적 지원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지난해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178.8%로 상승하며 신평사의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로 제시한 150%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향후 등급 변경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신평업계 의견이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이번 대규모 손실의 현장별 구체적인 원인과 향후 영업실적 개선 가능성, 해외사업의 공정관리 능력을 포함한 본원적인 사업경쟁력 변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발채무를 비롯한 재무적 대응력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