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계동사옥.@현대건설
현대건설 계동사옥.@현대건설

2월에만 33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찾아오는 현대건설의 리파이낸싱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평소대로라면 AA-급의 우량 기업임을 앞세워 큰 문제 없이 차환 발행을 추진했을 테지만, 이번에는 고민이 많다.

최근 따라붙은 '23년 만의 적자'라는 꼬리표 때문에 아무리 우량 기업이라고 해도 수요예측서 투자 수요를 장담키 어려워서다. 실패시 건설채 투심이 더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만기 규모가 3300억원으로 적은 수준이 아니지만, 이미 3조원에 현금을 쥐고 있는 만큼 이번 차입금은 상환에 비중을 둘 거란 전망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오는 17일과 28일 각각 2500억원, 800억원 등 총 33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순차적으로 찾아온다. 아직 구체적인 대응 여부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업계에선 현대건설이 차환이 아닌 상환에 비중을 둘 거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현대건설 신용등급은 AA-로 국내 건설사 최고 우량 기업이다. 최근의 금리 인하 기조임을 감안하면 현대건설은 수요예측에서 흥행과 더불어 조달 금리 인하 등을 확실할 수 있는 상황이다. 1년 전 현대건설은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수요예측서 6850억원의 주문을 모은 바 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여파로 건설채에 대한 투심이 급격히 악화된 상황임에도 현대건설에 대한 기관 투심은 '신뢰' 그 자체였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현대건설이 여전히 AA-급의 우량기업인 것 변함이 없지만, 지난해 기록한 최악의 실적이 투심 방향을 흔들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1월,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 1조2201억원, 순손실 7364억원을 냈다고 밝혔다.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사업서 발생한 1조원 어치의 손실이 현대건설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탓이다. 

이 때문에 신용평가 업계에선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등급 방어에 성공했으나 일부 신용평가사가 제시한 등급 강등 트리거(방아쇠)에 이미 부합한 상황이어서 언제든지 등급이 조정될 여지가 있다. 최악의 실적에 크레딧 이슈까지 불거진 만큼 회사채 수요예측서 흥행은커녕, 미매각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업계 최고 우량기업인 현대건설이 수요예측서 주문 확보에 실패하게 되면, 이는 가뜩이나 나쁜 건설채 투심을 더욱 악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시장성 조달을 통해 자금 확보를 준비하고 있는 건설사들의 자금줄을 더욱 옥죌 수도 있는 것이다. 

업계에선 현대건설의 3조원 규모에 달하는 풍부한 현금 보유고, 지난해 4분기 178.8%까지 치솟은 부채비율을 관리하는 차원에서라도 이번 만기 회사채는 현금 상환으로 대응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만기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증권사들에 입찰제안요청서(RFP)가 배포하거나, 신용평가사에 회사채 발행을 위한 본평가를 의뢰하는 등의 모습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며 "금리 인하 등 시장 여건은 우호적이나, 기업의 부정적인 이슈로 투심 확보가 여의치 않은 만큼 이번에는 현금 상황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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