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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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부동산 경기 침체에 건설채에 대한 투심이 악화되자 건설사들이 만기 회사채를 새로 발행하는 회사채로 갈음하는 '차환' 발행을 꺼리고 있다. 대신 현금으로 갚거나 대출 유동화로 자금을 조달하는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차입금을 대응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 7일 만기 도래한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전액 현금으로 갚았다. 워크아웃 작업이 진행 중인 태영건설도 이달 말 만기인 1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이미 현금 상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2월에만 33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찾아오는 현대건설 역시 현금상환이 예상된다. GS건설은 대출 유동화로 자금을 조달했다. 삼성증권 SPC(글로리에스제이차)와 2000억원 규모의 대출 약정을 맺고, 2027년 2월까지 유동화증권을 차환 발행키로 했다. 

국내 회사채 시장은 글로벌 불안정세와 탄핵정국이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연초효과'에 힘입어 활황을 이어가고 있다. 3년물 AA-급 회사채와 국고채 간의 금리 차이(스프레드)는 지난해 말 68bp(1bp=0.01%포인트) 수준에서 1월 말 60bp 수준까지 줄었다. 스프레드가 줄었다는 건 수요가 몰려 회사채 가격이 떨어졌다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 2월 금리인하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비우량채도 연일 훈풍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좀처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랜 불경기에 건설채에 대한 투심이 갈수록 악화된 가운데 신동아건설 법정관리에 대기업 영업적자 행렬까지 이어지자 발행여건이 더 불리해졌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채권 시장 관계자는 "현재는 시공능력평가순위가 높고, 재무건전성 수치 변동이 크지 않다고 해도 침체된 건설경기로 인해 건설채에 대한 기관들의 경계심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이참에 현금상환으로 총 부채를 줄여 이자비용이라도 줄이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계속되는 불경기에 현금창출력이 약화되면서 건설사들의 차입금은 매년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10대 건설사 평균 부채비율은 157%로, 전년 대비 3%포인트 늘었다. 부채비율 200%를 넘긴 곳은 GS건설(238%), 롯데건설(217%)로 재무건전성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는 올해 역시 건설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에서 ‘부정적’이 우세한 상황이라 공모채 시장에서 건설사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다수 건설사들이 현금상환이나 자산유동화, 사모채 등을 대체 조달 수단으로 삼을 거란 분석이다. 

다만 최근 건설채와 비우량 회사채임에도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한 HL D&I한라, SK에코플랜트에 대한 투심에 대해선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연초효과에 기댄 단기적 투심 회복일 수도 있지만, 바닥을 찍은 건설채의 반등 기미일 수도 있어서다.  

지난 1월 올해 업계 처음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선 HL D&I한라는 71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2배가 넘는 1560억원의 주문을 모았다. 1년 전 '무응찰'을 기록했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SK에코플랜트도 지난 10일 진행된 1500억원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6배에 달하는 9880억원의 매수 주문을 모으며 '오버부킹'에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우량 건설채들의 선전이 시장 분위기를 반전 시킬지가 관건"이라며 "금리 인하가 본격화 되고 탄핵정국이 마무리되는 시점부터 건설채 투심이 크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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