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공=SK에코플랜트]
▶ [제공=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이하 SK에코)가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를 차환하기 위해 대규모 공모채 발행을 추진한다. 총 1500억원 규모로,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만에 나선 첫 시장성 조달이다.

최근 건설채 시장은 신동아건설 법정관리와 건설사들의 부진한 실적 발표 등으로 우량 건설사조차 우호적인 투심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SK에코플랜트의 경우 신용등급이 A-로 비우량 건설사로, 발행 환경은 더욱 불리하다.

다만 지난해 수익성 개선 차원에서 '캐시카우' 자회사를 연이어 품고, 지주사 SK(주)의 지배력을 넓히는 등 기업가치를 계속해서 올리고 있어 긍정적 투심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에코가 오는 18일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1년물 400억원, 1년 6개월물 400억원, 2년물 700억원 구조로, 수요예측은 이날 진행된다. 

제시된 희망금리 밴드는 하단을 개별민평금리 대비 -30bp(1bp=0.01%포인트)에서 상단을 +150bp로 열어뒀다. SK에코는 이번 수요예측에 따라 최종 발행 규모를 3000억원까지 증액한다는 계획이다. 

조달한 자금은 전액 차환용으로 쓰인다. SK에코는 1월 27일과 31일 각각 121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찾아왔다. 여기에 이달 21일에도 840억원의 회사채가 만기를 맞는다. SK에코는 이미 만기가 지난 두 채권에 대해선 기보유한 운영자금으로 상환 후 이번 공모채를 발행한 금액으로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3000억원으로 증액 발생시에는 이달 28일 만기인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까지 추가로 차환할 예정이다.

관건은 수요예측 흥행 여부에 달렸다. 올해 첫 건설채 발행에 나섰던 HL D&I한라가 719억원 모집에 1560억원의 주문을 모았다는 점은 SK에코에게도 호재다. HL D&I한라의 신용등급은 BBB+로, SK에코(A-) 보다 한 단계 낮다. 시장에서 기피하는 비우량·건설채임에도 불구, 수요예측서 모집액의 2배에 달하는 수요를 모았다. 

이는 '연초효과' 영향이 컸다. 일반적으로 회사채 시장은 연초 기관투자가들이 출자 한도를 새로 설정하는 북 오프닝(Book Opening)이 이뤄지면서 자금 유입이 활발하다. HL D&I한라의 회사채 발행 시점이 1월 초순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연초효과'라는 호재가 '비우량·건설채' 등의 악재를 희석시켰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호재가 SK에코에게도 전해질 지는 미지수다. 국내 정치와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연초효과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신동아건설 법정관리, 최근 이어지는 대기업의 영업적자 '릴레이'는 건설채에 대한 투심을 더욱 얼어붙게 하고 있다. SK에코가 이번 희망금리밴드를 제시하면서 상단값을 150bp로 높게 잡은 것도 이같은 악재들을 의식한 발행 전략의 하나라 볼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SK에코 자체적으로 흥행 요소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그룹 리밸런싱 차원에서 진행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대표적이다. SK에코는 지난해 7월 반도체 모듈기업 에센코어와 산업용 가스회사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두 회사는 SK(주)의 알짜 자회사로, SK에코 품에 안길 시 사업포트폴리오 확장은 물론 우량 자산 내재화로 매출 증대와 수익성 향상이 기대되고 있다. 

여기에 SK에코에 대한 그룹 지주사 SK(주)의 지배력이 높아진 것도 호재다. 지난해 SK(주)는 SK에코플랜트 지분율을 종전 41.8%에서 62.1%로, 과반 이상 늘렸다. 이는 그룹 내 SK에코플랜트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의미하며 동시에 그룹 차원의 지원 가능성 또한 커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채권 시장 관계자는 "SK에코의 이번 공모채 발행은 건설업 전반의 어려움과 회사의 개선된 기업가치 사이에서 투자자들의 판단이 갈릴 것"이라며 "또한 이번 수요예측 결과는 향후 건설채 시장의 흐름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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