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엔지니어링, 등급 전망 '부정적' 조정..A급 강등 초읽기
현대엔지니어링이 대규모 손실 여파로 신용등급(AA-) 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한때 건설업계 내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재무구조’를 자랑하던 이 회사의 재무 안정성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국내외 투자자들의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NICE신용평가는 지난 4일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신용등급을 종전 AA-로 유지하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지난 1월 '하향검토 감시대상'으로 변경한 지 세달여 만이다. 신용등급 자체는 유지했지만, 추후 추가 강등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NICE는 “대규모 해외 손실 인식으로 자본 여력이 약화됐고, 현금 창출력 저하와 차입 증가가 맞물리며 전반적인 재무건전성이 훼손됐다”고 등급 전망 조정 사유를 밝혔다.
이번 신용등급 전망 하향은 수치만 봐도 타격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4년 기준 1조1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순손실은 1조원에 육박했다.
핵심은 해외 플랜트 사업이다.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사우디 자푸라 프로젝트 등에서 대규모 원가 증가가 발생하며 손실이 한꺼번에 인식됐다. 자본총계는 감소했고, 부채비율은 2023년 말 108.0%에서 불과 1년 만에 241.3%까지 상승했다.
총차입금도 급증했다. 2023년 말 357억원에 불과하던 차입금은 올해 5610억원으로 15배 가까이 뛰었다. 여전히 마이너스 순차입금 상태를 유지 중이지만, 레버리지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셈이다.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현금 흐름도 좋지 않다. 국내 주택사업에서 발생한 미수금, 해외 현장의 원가투입 지연 등으로 영업현금 창출력이 눈에 띄게 줄었다. 나신평은 “EBIT/매출액이 2% 이상으로 회복되지 않으면, 등급 하락이 가시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최근 발생한 연이은 건설현장 사고도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서울-세종 고속도로 구조물 붕괴, 평택 주택 현장 인명사고 등으로 인해 영업정지 등 행정 제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향후 대형 수주에서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모든 지표가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신평사는 “해외 프로젝트 발주처와 손실 보전 협의가 진행 중이며, 일부 충당금 환입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현대건설 등 계열과 연계한 대형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도 여전히 살아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1~2년간은 손실 회복과 재무구조 정상화에 집중할 시기”라며 “방어적 투자기조 전환과 현장 리스크 통제 능력이 향후 신용 회복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환율에 건설자재값 ‘들썩’…공사비 상승 압박 커진다
계속되는 고환율 기조가 건설 자재비 상승으로 이어지며, 전반적인 공사비 부담을 키우고 있다. 특히 수입 중간재 중심으로 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건설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이 발표한 ‘환율 급등에 따른 건설공사비 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환율이 본격 상승세를 보인 지난해 11월 이후 건설용 중간재 수입물가는 연속 상승하고 있다.
건설 산업은 대부분의 마감재나 구조재 등 완제품을 국내에서 조달하지만, 철강·알루미늄·시멘트 원료 등 주요 원자재는 해외 수입 의존도가 높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원재료의 가격도 동반 상승할 수밖에 없다.
건정연은 “수입 자재의 경우 연간 또는 반기 단위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아, 고환율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며 “앞으로도 공사비 상승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반면, 국내 생산 중간재의 물가상승률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4년 1월 국내 건설용 중간재 물가 상승률은 0.2%, 2월에는 0%를 기록하며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이 같은 흐름은 건설 경기 부진으로 인한 수요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수요가 줄면 자재 가격은 일정 수준에서 억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전반적인 경기 위축과 함께 민간 건축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건정연은 “소비 심리 위축과 경기 둔화가 맞물릴 경우, 민간 건축시장을 중심으로 침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환율 외에도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에 따른 공급망 불안도 잠재적 리스크로 꼽힌다. 보고서는 특히 올해 미국의 통상 정책 변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자재 수급 불균형이 건설현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건정연은 “환율 급등과 보호무역 움직임 등 복합적 리스크에 대비해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자재시장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