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설은 10대 설 성수품 중 7개 품목이 지난해보다 비싸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상고온과 작황 악화로 공급량은 줄어든 상황에서 설 전부터 수요는 늘어나고 있어 가격 오름세는 설 이후까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0대 설 성수품(배추·무·사과·배·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달걀·대추·밤) 중 사과·닭고기·달걀을 제외한 7개품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가장 큰 폭을 보인 것은 무다. 지난 24일 기준 전국 대형마트,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무 가격은 개당 3023원이었다. 이는 1년 전(1540원)보다 96.3%, 평년(1834원)보다는 64.8% 오른 수준이다.
무 다음으로 가격이 많이 뛴 배추는 전년 대비 52.94% 상승해 포기당 4839원이었다. 배추는 평년(3417원) 가격보다 41.6% 비쌌다.
성수품 중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이상고온에 따른 공급량 감소 탓이다.
설날을 앞두고 시장에 풀리는 월동 무와 배추는 보통 늦여름이나 가을에 모종을 심어 겨울에 수확한다. 하지만 지난해 추석 이후까지 폭염이 이어져 생장이 지연됐다.
최근 김치 제조업체들이 배추를 대량 구매해 재고량이 감소한 것도 소매가를 끌어 올렸다.
설 연휴 소비가 많은 소고기 돼지고기도 크게 올랐다. 지난 23일 기준 소고기(1등급 안심·100g당 1만2958원)와 돼지고기(앞다리살·100g당 1424원) 가격도 각각 전년 대비 7.70%, 5.22% 상승했다.
제수용 임산물 가격도 생산량 감소로 올랐다. 산림조합중앙회에 따르면 20일 기준 밤 산지 가격은 상품 1㎏당 3086원으로 지난해(2949원)보다 4.6% 올랐다. 제수용으로 사용되는 특품 가격은 4114원으로 전년(3925원) 대비 4.8% 높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지난해 밤 생산량은 3만7210t으로, 2023년(3만9797t)보다 6.5% 줄었다. 김동욱 농경연 임업관측팀 위촉연구원은 "여름철 고온에 국지적 호우가 계속되면서 조중생종 밤의 생육이 부진했다"고 전했다.
설 성수품의 절반 이상이 비싸져 차례상 비용도 오를 전망이다. aT가 이날 발표한 설 차례상 차림 비용 조사 결과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비용은 전통시장 18만8239원, 대형 유통업체 21만8446원으로 지난해 대비 각각 2.6%, 5% 상승했다.
정부는 비축물량 방출 등 가격 안정화에 나섰다. 가격이 크게 오른 배추와 무는 하루 200t씩, 총 1만1000t을 시장에 풀기로 했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엔 약 600억원 규모의 할인 지원금을 지급해 주요 품목 가격을 40~50%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와 농협은 성수품 공급량 확대, 할인지원 등을 통해 설 성수기 소비자의 장바구니 부담 완화를 위해 총력 대응할 계획이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민족 대명절 설을 맞이하여 주요 성수품목을 확대 공급하여 우리 농축산물로 국민들께서 풍족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농협은 앞으로도 물가 안정과 농·축산물 소비 확대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송미령 장관은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 수입량이 늘어나 국내 농산물의 자급기반이 악화될 우려가 있으므로, 적정한 가격에 안정적인 물량을 시장에 공급할 필요가 있다"라고 하면서 "특히, 농협 등 생산자단체가 적정 재배면적 확보, 계약재배 확대, 유통구조 개선 등 농산물 수급안정에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