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아 카카오 대표(왼쪽)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4일 전략적 제휴를 발표하는 공동 기자간담회를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출처=카카오]
정신아 카카오 대표(왼쪽)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4일 전략적 제휴를 발표하는 공동 기자간담회를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출처=카카오]

네이버·카카오가 인공지능(AI) 사업에서 상반된 길을 가고 있다. 카카오는 생성형 AI 돌풍을 일으킨 오픈AI와 손을 잡고 최신 AI 기술의 빠른 서비스화를 택했다. 반면에 네이버는 국내 최초로 거대언어모델(LLM) AI '하이퍼클로바'를 자체 개발한 만큼 기술 우위를 더 공고히 하게 됐다. 

카카오는 지난 4일 오픈AI와 AI 서비스를 위한 기술 협력, 공동 상품 개발 추진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에 따라 카카오톡·카나나 등 주요 서비스에 오픈AI의 최신 AI 기술 API(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활용하기로 했다. 

이는 카카오의 AI 모델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의 일환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kakaoAI)'에서 카카오가 자체 개발한 AI 모델뿐만 아니라 외부의 우수한 API를 적재적소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서비스 품질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는 현재 개발중인 AI 에이전트 '카나나(Kanana)' 서비스에 자체 언어모델과 더불어 오픈AI의 모델도 함께 활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카카오는 네이버에 비해 AI 기술에서 열세라는 지적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자체 AI 기술 개발에는 막대한 자금과 시간, 우수한 인력이 필요하다. 또한 최근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비용·고효율 AI를 내놓는 등 AI 산업이 급변하고 있어 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변화에 뒤처질 수도 있다. 

그러나 카카오는 이번 제휴로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지 않아도 최신 AI 기술을 서비스에 접목시킬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카톡, 카카오맵 등 주요 서비스에 최신 AI 기술을 적용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신사업 발굴 기회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연내 카카오톡 탭 개편과 AI 도입으로 카카오톡 내 활동성 증대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광고, 커머스, 핀테크 등 다양한 사업에 AI를 적용함으로써 비즈니스 모델 변화 및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콘퍼런스 '단(DAN) 23'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네이버]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콘퍼런스 '단(DAN) 23'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네이버]

반면에 네이버는 국내 최초로 LLM AI '하이퍼클로바'를 자체 개발한 저력이 있다. LLM AI를 자체 개발한 것은 세계에서 세 번째일 정도로 드문 사례다. 하이퍼클로바는 한국어, 영어를 학습한 복수 언어 모델로 구축됐다. 2년 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를 고도화해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를 자체 개발했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기술 우위를 입증했을 뿐만 아니라 사업영역도 넓혔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서비스를 여러 기관에 공급했다. 지자체, 출판사, 정보 플랫폼, 커머스, 법무법인 등 다양한 분야에 하이퍼클로바X 기술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수익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나아가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를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어 기반 LLM 구축 및 관련 서비스 개발을 골자로 하는 업무협약을 맺은 것이다. 이 협약에는 데이터센터 관련 솔루션 및 서비스, 이를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 솔루션 등 AI 인프라 설치를 위한 것도 포함됐다. 이는 네이버가 국내에서 이미 구축하고 사업화에 성공한 분야다.  

다만, AI 모델의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네이버 AI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저비용·고성능 오픈소스 모델의 난립에 따라 기존 하이퍼클로바X의 강점인 가격 경쟁력의 훼손은 불가피하다"며 "한국어 기반으로 토큰 효율성이 높아 글로벌 모델 대비 저렴하다는 강점을 강조해왔으나, 현재 글로벌 AI 모델들의 가격 감소세는 예상보다 더욱 가파르다"고 봤다. 

이어 "네이버 역시 작년 4월 '하이퍼클로바X 대시'라는 소형 모델을 출시하며 비용 절감을 추구하고 있지만 외부 모델 대비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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