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제 지정 구역인 잠실 리센츠 아파트와 해제 대상에서 제외된 잠실주공5단지 [사진=이승연 기자]
토지거래허가제 지정 구역인 잠실 리센츠 아파트와 해제 대상에서 제외된 잠실주공5단지 [사진=이승연 기자]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이하 토허가) 해제 결정에 송파 잠실 아파트 집주인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해제 대상이 된 잠실 랜드마크 단지 '엘리트(잠실 엘스·리센츠·트리지움)'는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진 반면, 잠실주공5단지 주민들은 이번 토허제 해제 대상에 재건축 단지가 제외되면서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다. 서울시는 투기세력 유입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지만, 잠실 재건축 단지 집주인들은 과도한 규제이자 사유재산 침해라는 반응이다. 

서울시의 토허가 해제 발표 다음날인 13일, 송파구 잠실동 엘스 상가 내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토허가 해제가 가시화 된 올해 초부터 매입을 문의하는 전화와 방문이 잦아졌지만, 집주인들이 매물을 다시 거둬들이는 추세"라며 "향후 본격적인 집값 상승 움직임에 맞춰 매도 호가를 올려 내놓으려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이번 토허가 해제 결정으로 해제 대상인 잠실·삼성·대치·청담동 일대의 집값이 상승세를 띨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이들 지역 대부분 부동산 상승 압력이 높은 곳인 데다 그동안 묵은 매수 대기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 폭등 가능성까지 있다고 보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갭투자라든지 지방 외지인의 매입이 단기적으로 늘어나며 일시적인 주택 가격 과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잠실에선 랜드마크 단지라 불리는 '엘리트'와 9510가구의 대단지 '헬리오시티'가 가격 상승세를 주도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들 아파트는 토허가 규제 속에서도 완만한 집값 상승세를 보여왔지만, 지난달 14일 오세훈 서울 시장이 토허가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한 뒤 상승세가 더 뚜렷해졌다. 잠실엘스 전용면적 84㎡은 지난해 6월 25억원대에서 거래됐지만, 토허가 해제가 가시화 된 12월 27억 7000만원에 신고가로 손바뀜됐다. 불과 반년 새 2억원이 뛴 셈이다.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39㎡도 지난 1월 14억1000만원에 실거래되며 최고점을 찍었다. 

리센츠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엘리트는 여러 호재가 엮이면서 대기 수요가 꽤 있는 편"이라며 토허제가 해제되면서 주요 단지 전용 84㎡ 집값이 30억원은 충분히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잠실주공5단지 [출처=이승연 기자]
잠실주공5단지 [출처=이승연 기자]

하지만 이같은 장밋빛 전망은 잠실주공5단지 집주인들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서울시가 토허제를 해제하는 과정에서 재건축 추진 단지는 제외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재건축 호재가 존재하는 단지에 규제까지 완화되면 투기 세력이 유입되면서 가격 상승이 과열될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 집주인들은 과도한 규제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해당 단지 주민은 "재건축 단지라고 해도 이전과 철거를 거쳐 실제 재건축이 될 때까지 길게는 10년의 시간이 걸리는 데 그 사이 아파트 거래를 막는 건 명백한 사유재산 침해"라고 지적했다. 

다른 주민 역시 "재건축 단지는 신축보다 갭투자 여지가 크다고 보기 어려운 데 수요 과열을 우려해 정비사업 단지를 해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계속해서 집값이 오르는 반포나 한남 지역은 토허제 지역으로 지정하지 않으면서 재건축 단지를 해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건 억울한 일"이라고 말했다. 

잠실주공5단지 상가 내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잠실주공5단지가 토허제 해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당장의 매수 문의를 묻지는 않지만, 엘리트 집값이 오르면 나중에 이를 팔고 잠실주공5단지로 갈아탈 수 있는지의 상담이 하루새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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