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출처=삼성전자]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의 TV 사업을 19년 연속 세계 1위로 이끈 고(故) 한종희 부회장이 25일 별세했다. 

TV 개발 전문가로 삼성전자에서만 30년 이상 몸담으며 '코뿔소 사장'이라는 별칭을 얻은 그는, 진취적인 결단과 꾸준한 노력으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한 인물이다.

1962년생인 한종희 부회장은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입사해 VD(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에서만 근무했다. '코뿔소'라는 별명처럼, 그는 한 분야에 우직하게 매진하며 어려운 난관을 극복해내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LCD TV에서 마이크로 LED TV까지 차세대 기술을 선도하며 삼성전자가 TV 시장에서 19년 연속 1위를 기록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2021년 12월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IM(IT·모바일)과 CE(소비자가전) 부문을 통합한 세트 부문장을 맡았다. 이는 2009년 이후 12년 만에 세트 부문을 총괄하는 수장이 등장한 사례다. 

한 부회장은 2022년 CES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며 글로벌 무대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삼성전자의 가전, 스마트폰, 네트워크 사업 간 융합 시너지 창출을 주도했으며 홈 인공지능(AI) 솔루션 구축에 기여해 삼성전자의 기술 리더십을 다졌다는 평을 받았다.

이후 매년 CES 기조연설자로 나서면서 회사 비전을 대내외 적극 알리고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역할을 도맡았다.

한 부회장은 DX(디바이스 경험) 부문 품질혁신위원회를 맡아 품질 이슈를 선제적으로 해결하며 브랜드 신뢰를 지키기도 했다. 또 KEA(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회장을 연임하며 국내외 전자산업 발전에도 힘썼다. 2023년에는 한국공학한림원 대상을 수상하며 그의 업적이 재조명됐다.

지난해 말 인사에선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위촉된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과 함께 '투톱' 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가전과 모바일 제품을 연결하는 홈 AI 솔루션 구축에 성과를 낸 공을 높게 평가해 또다시 대표이사를 이어갔다.

이처럼 한 부회장은 주총 의장과 해외 출장 등 마지막까지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삼성전자의 미래를 준비하던 상황이었다. 그의 부재로 삼성전자는 주요 경영진 공백이라는 난관에 직면하게 됐다. 업계에선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이 삼성전자의 경영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26일 예정된 삼성전자 '웰컴 투 비스포크 AI'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한 부회장은 기조 연설자로 나서 AI 전략과 비스포크 AI 신제품을 소개할 예정이었다.

한편 삼성전자는 사내 공지를 통해 한 부회장의 부고를 전하며 "고인은 지난 37년간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헌신하셨으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세트부문장과 DA사업부장으로서 최선을 다해왔다"며 고인의 공로를 기렸다.

한 부회장의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7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3월 27일에 엄수된다. 장지는 시안가족추모공원. 유족은 부인과 슬하에 2녀 1남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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