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연구원들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제공=대웅제약]
대웅제약 연구원들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제공=대웅제약]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마친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R&D(연구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대한민국 1호 글로벌 블록버스터(연매출 1조원 이상) 의약품'에 등극한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와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폐암 치료제 유한양행의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등과 같은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3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셀트리온은 R&D에 총 4346억원을 투자했다. 전년 대비 26.8% 증가한 것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셀트리온은 앞선 실적발표에서 앞으로도 꾸준한 R&D 투자를 단행해 오크레부스, 코센틱스, 키트루다, 다잘렉스 등 4개 제품의 바이오시밀러와 7개의 미공개 파이프라인을 추가 개발해 오는 2030년까지 총 22개의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또한 올해 주총에서도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는 “셀트리온은 글로벌 시장 확대, 신약 개발 가속화, 수익성 개선 등을 통해 사업성을 높여 매출 목표 달성에 다가설 것”이라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한미약품도 올해 주총에서 R&D 역량 강화를 내세웠다. 한미약품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주총에서 김재교 신임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조하고 나섰다. 김 대표는 제약업의 정체성을 ‘R&D와 신약’이라고 규정하며,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도전·혁신 철학을 바탕으로 사업을 이끌 계획이라고 했다.

한미약품의 경우 전통제약사 가운데 R&D분야에서 강점을 보여 왔던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그간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그 분위기가 많이 퇴색됐다는 얘기가 나온 바 있다. 실제 한미약품은 지난해 R&D비용으로 2098억원을 집행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2.3%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에 지난 26일 열린 주총에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완전히 달라진 한미의 방향을 주주님들께 제시해 나가겠다”며 “R&D 부문에서도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성과를 위한 연구’로 방향을 전환하고 투입 자원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는 프로젝트를 과감히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대웅과 일동제약 등도 R&D 분야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투자 확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윤재춘 대웅 대표는 지난 주총에서 “대웅은 혁신 신약 개발을 통해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이를 기반으로 더욱 적극적인 R&D 투자와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서며 선순환 구조를 견고히 다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신약 개발과 제제 기술 혁신, AI(인공지능)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전략적 투자, 글로벌 인재 육성을 통해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춘 헬스케어 기업으로 지속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 역시 주총에서 “지난해 소화성 궤양 치료제 ‘P-CAB’ 신약 후보물질 라이선스 아웃, 당뇨·비만 타깃 ‘GLP-1RA’ 후보물질의 임상 진척 등 R&D 분야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며 “올해는 매출 및 수익 성과 창출, 신성장 동력 확보와 지속 가능 체계 구축이라는 2대 지표에 따라 효율적인 사업 활동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R&D 확대를 통한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20개 글로벌 제약회사를 대상으로 ‘제약 혁신의 수익률 측정’을 분석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들은 지난해 1개의 신약을 개발하는데 평균적으로 22억3000만 달러(약 3조270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1억1000만 달러가 증가한 것으로 R&D 비용이 매년 증가하고 있었다.

다만 R&D 비용 증가세는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는데, 2013년~2020년 사이 연평균 증가율 7.69%에서 2020년~2024년에는 평균 1.2% 감소한 연평균 6.44%로 나타났다.

이처럼 제약·바이오산업에서 R&D 분야 확대는 신약 개발이란 제약사의 핵심 사업을 주도하는 만큼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어 중요한 성장 기반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제품에서도 글로벌 블록버스터(연매출 1조원) 의약품이 발굴되는 등 신약 성과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결국 이 같은 신약은 R&D에 대한 지속적인 뒷받침이 가능했기 때문으로, 단순히 한번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기 보다는 꾸준한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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