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애플리케이션. [출처=EBN]
인터넷 포털 애플리케이션. [출처=EBN]

미국이 한국의 디지털 무역장벽으로 플랫폼 규제 법안과 고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꼽으면서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미국과의 통상 마찰 우려로 플랫폼 규제 법안이 철폐된다고 해도 또다른 규제가 나올 수 있고, 고정밀 지도의 경우 반출이 된다면 안보 문제와 함께 국내 지도 관련 스타트업의 경쟁력 약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오는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31일 공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는 한국의 플랫폼 규제 법안과 고정밀 지도 반출 제한 문제 등이 담겼다.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법안과 관련해 보고서는 "한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다수의 미국 대기업과 함께 2개의 한국 기업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이지만, 다수의 다른 주요 한국 기업과 다른 국가의 기업은 제외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 상공회의소 등 미국 재계는 작년 1월에 이어 연말에도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 추진에 대해 미국 업체가 주 타깃이 된다며 반대 의사를 나타낸 바 있다. 

현재 국회에는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 법안과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 법안 등 총 17개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 법안은 플랫폼 사업자가 △자사 우대 △멀티호밍(여러 플랫폼 동시 사용) 제한 △끼워팔기 △최혜대우 요구 등 4대 반경쟁적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당초 정부는 야당의 법안대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하는 방식의 규제를 도입하려 했으나, 재계 반발에 부딪혀 기존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변경했다. 이에 4대 반경쟁 행위를 규제하되, 지배적 플랫폼을 사전에 정하지 않고 사후에 추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 법안은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불균형한 관계 개선을 위해 계약서 교부 의무, 계약 해지 시 사전 통지, 이용사업자 단체 구성권 등을 규정하고 있다. 

포털업계에서는 만약 이 법안들이 철회된다면 규제 완화 측면에서 긍정적일 것으로 봤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통상 압박을 우려해 플랫폼 규제 법안이 입법이 안되면 새로운 규제가 생기지 않는단 점에선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글 등 미국 빅테크를 제외한 한국 기업만을 타깃으로 한 또다른 규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플랫폼 관련 규제가 생겨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며 "미국 빅테크는 여러가지 상황 때문에 규제의 테두리 안에 못 가두고 한국 기업만 규제 대상으로 삼으면 역차별과 경쟁력 약화 우려가 있다"고 했다. 

플랫폼 규제 법안은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추진돼왔다. 배달 수수료 논란,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등 불공정 관행이 발생하면서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야 간 입장 차이와 업계 반발 등으로 표류하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또한 미국 무역장벽 보고서는 한국의 위치기반 데이터 반출 제한으로 해외 업체들이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이라고 적었다.

이와 관련해 구글은 최근 국토지리정보원에 있는 5000대 1 축적의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요청했다.

정부가 이를 허용할 경우 구글은 해당 지도를 자사 데이터센터로 이전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구글은 2만5000대 1 축적의 지도 데이터에 항공사진, 위성사진 등을 결합해 한국 지도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는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지난 2007년, 2016년에도 고정밀 지도의 해외 반출을 요구했으나 두 번 모두 허가받지 못했다. 국가 안보 우려와 특혜 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위성사진과 결합된 지도를 제공하는 구글맵의 특성상 군사 기지 등 국가 주요 안보 시설이 노출될 수 있어서다. 또한 구글이 군사기지법, 정보통신망법 등 국내법을 준수하지 않는 상황에서 반출을 허용할 경우 특정 해외 사업자에 대한 특혜가 될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구글의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국내 지도 관련 스타트업이나 자율주행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선 업계 전체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네이버 같은 대형 업체보다 지도 관련 데이터를 만드는 공간·위치 스타트업들이 더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구글이 지금 갖고 있는 지도만으로도 네이버나 카카오가 하는 지도 서비스를 충분히 할 수 있고 관광객들의 길 찾기를 지원할 수 있는데, 고정밀 지도를 계속 요구하는 건 다른 속셈이 있는 것 같다"며 "고정밀 지도는 자율주행 등 고부가가치 산업과 연관성이 높은데 구글이 자율주행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자율주행 산업 진출 등 다른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