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챗 지피티]
[출처= 챗 지피티]

과거 워크아웃(기업재무개선작업)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경험했던 건설사들이 주요 채권단과의 협의를 통해 채무 일부를 주식으로 상환하는 '출자전환'을 통해 재무건전성 회복을 위한 고삐를 죄고 있다. 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부도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주식 발행을 통해 자본을 확충함으로써 기업 신뢰도를 회복하는 다층적 효과를 노린 것이다. 단기적인 현금 흐름 악화를 해소하면서도 장기적인 투자 유치를 위한 기반을 닦았다는 점에서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건설은 지난달 25일 69억4524만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신한은행, 농협은행, DB생명보험 등 주요 금융권 채권단이 출자전환 방식으로 인수하는 구조로, 해당 유상증자에 따라 발행된 보통주 4만3165주는 오는 5월 12일 상장돼 시장에 유통될 예정이다.

이번 출자전환은 지난 2007년 시작된 영종도 ‘어울림’ 아파트 개발사업과 연관이 있다. 당시 금호건설은 시행사인 이토건설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지급보증을 섰고, 이후 이토건설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관련 채무가 고스란히 금호건설로 넘어왔다. 하지만 금호건설 역시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가며 해당 채무는 장기간 상환되지 못한 채 미제로 남아 있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올해 3월, 채권단과 금호건설 간의 협의를 통해 채무 손실액이 최종 확정됐고, 주식 발행을 통한 출자전환 방식으로 상환이 결정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주식의 발행가다. 채권단은 주당 16만900원의 가격으로 주식을 인수하는데 이는 금호건설의 현재 주가인 2550원(3월 28일 종가 기준)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2000원대 주식을 16만원 대로 채권단에 넘긴 셈이다. 이러한 가격 차(差)는 과거 감자, 주식병합, 무상소각 등 수차례 자본재조정을 거치면서 기존 주식 수가 줄어든 구조적 요인이 반영된 결과다.

같은 날 동부건설도 GS건설에 318주를 배정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1주당 발행가는 5000원으로, 총 159만원어치의 주식이다. 이 역시 출자전환 방식으로, 1분기에 확정된 회생채무에 대한 상환 조치다.

동부건설과 GS건설은 당초 여수국가산단 진입도로 공사를 공동 시공하면서 발생한 하자보수 비용을 나눠 부담키로 했다. 하지만 동부건설이 기업회생에 들어가면서 GS건설이 미수금 1936만원을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번 출자전환으로 일부 채무가 정리되며 오랜 기간 정체돼 있던 상환 문제가 해소됐다.

동부건설 역시 회생 과정에서 여러 차례 감자 및 주식병합 등을 단행해 전체 주식 수가 줄었고, 이에 따라 GS건설이 받아갈 수 있는 주식 수도 감소했다. 25일 이날 동부건설은 3500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일각에선 채권단이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인수해 손실을 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번 출자전환은 오히려 ‘현실적인 선택’으로 평가된다. 부실채권이 장기화되고, 부도 처리나 법적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와 비용을 고려하면, 일정 부분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기업의 회생 가능성을 열어두는 편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출자전환은 일종의 ‘공존 전략’으로, 채권단도 당장의 회수보다 중장기적 회복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라며 “회생 성공 시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회복되면 손실이 아닌 이익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출자전환 사례는 단순한 재무기술적 조치가 아닌, 양사 모두의 지난 ‘위기 히스토리’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호건설의 경우 2009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워크아웃에 돌입한 대표적 사례다. 그룹 해체와 항공 계열사 매각 등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을 모색했으나, 그 과정에서 다수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계 사업에서 지급보증 리스크가 현실화됐다. 이번 출자전환의 배경이 된 ‘영종 어울림’ 아파트 사업도 그중 하나로, 시행사 이토건설의 자금 조달을 금호건설이 보증하는 구조였다. 시행사의 회생 신청 이후 해당 부채가 고스란히 금호건설로 이관되면서 10년 넘게 재무 리스크로 작용해왔다.

동부건설 역시 2013년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워크아웃을 경험한 바 있다. 당시에도 무리한 PF 사업과 과도한 외형 확장 전략이 유동성 부족으로 이어졌고, 이후 몇 차례 감자와 자본 재조정을 통해 회생을 추진했다. 이번 GS건설과의 채무 출자전환은 여수국가산단 진입도로 공사와 관련된 하자보수금 미지급에서 비롯된 것으로, 당시의 대형 공공사업에서 비롯된 분담금 문제가 회생 이후에도 장기간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 있었던 셈이다.

이처럼 과거 부실 PF나 무리한 보증으로 인한 부채가 출자전환이라는 형태로 ‘뒤늦은 정리’에 들어가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금융권 역시 과거의 일괄정리 방식보다 개별 사업 리스크와 회수 가능성을 고려한 유연한 접근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무조건적인 현금 상환보다는 주식 전환을 통해 기업 정상화에 기여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채권 회수율을 높이는 방법”이라며 “금호와 동부 사례가 긍정적 선례로 작용해 구조조정 트렌드로 확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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