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대우건설 ]
[출처=대우건설 ]

올해 도시정비사업(도정비) 시장에서 '0건' 수주라는 이례적인 침묵을 이어가고 있는 대우건설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체코 원전 사업과 해외 도시개발 프로젝트를 주축으로, 외형 성장의 축을 내수에서 수출로 전환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정비사업 수익성 저하에 따른 전략 수정이 본격적인 글로벌 전환을 촉발했다는 분석이다.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4월 현재까지 전국 도정비 시장에서 단 한 건의 수주 실적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약 1조원 규모의 수주고를 기록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이러한 수주 공백은 단순한 경쟁력 저하 보다는  회사 내부 전략 변화와 리스크 관리 강화에 따른 '의도된 공백기'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대우건설은 지난해 과열 양상을 보였던 정비사업 시장에서 수익성 악화, 무리한 설계 제안 등 리스크가 불거지자, '수주보다는 실착공 가능성과 계약 안정성'을 우선하는 체질 개선에 착수했다. 사업성 평가 기준을 대폭 강화하면서 선별 수주 기조로 전환한 것이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조합 측 요구가 과도해지고 공사비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일부 사업장은 착공까지 수년이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대우건설처럼 EPC(설계·조달·시공) 역량 중심의 회사는 무리한 국내 수주보다 글로벌 유망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 베트남 빈즈엉성 성장 면담 [사진=대우건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 베트남 빈즈엉성 성장 면담 [사진=대우건설]

그래서인지 올해 대우건설의 수주 전략은 체코 원전 수주를 정점으로 한 해외 원자력 포트폴리오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체코 정부가 추진 중인 두코바니 원전 5·6호기 건설사업은 총 10조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로, 한국수력원자력이 주도하는 '팀코리아'의 핵심 시공 파트너로 대우건설이 참여하고 있다. 하반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예고돼 있는 만큼, 연내 가시적인 성과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대우건설은 해당 프로젝트 수주를 계기로 원전 EPC 기술력을 세계 시장에 각인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원자력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체코 외에도 유럽, 중동, 동남아 등지로 원전 포트폴리오를 확대 중이다.

더 나아가 SMR, 원전 해체, 원자력연료 공급 등 차세대 밸류체인 전반으로 사업을 넓히며, 단순 시공사를 넘어 '원자력 생태계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를 꾀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대우건설은 해외 도시개발과 플랜트 중심의 기획·제안형 사업모델 전환도 본격화하고 있다. 하노이 스타레이크 시티 성공 경험을 기반으로, 시행·시공을 병행하는 해외 도시개발 프로젝트를 동남아·아프리카 중심으로 확대 중이다. 지난해엔 베트남 타이빈성 끼엔장 신도시 개발사업의 투자자로 승인받았고, 총 96만3000㎡ 규모의 주거·상업 복합단지에 약 52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 3대 축을 중심으로 도시개발·부동산 시장을 선점하는 동시에, LNG, 항만, 비료플랜트 등 EPC 기반의 전통 인프라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라크에선 알 포우 신항만 조성사업과 군사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나이지리아에서는 약 5조원 규모의 LNG Train 7 프로젝트에 원청사로 참여 중이다. 최근엔 투르크메니스탄 미네랄 비료플랜트 낙찰자로 선정되며 중앙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도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의 수익성 저하와 공급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대우건설의 해외 수주 확대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해법”이라며 “내수 의존도를 낮추고, 해외 기획·제안형 모델을 확대해 한국형 글로벌 성공 모델을 만들어 가겠다는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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