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2구역 위치도[출처= SUPIS]
한남2구역 위치도[출처= SUPIS]

서울시의 고도제한 정책 변화가 한남2구역 재개발 사업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시의 규제로 대우건설이 내세운 '118 프로젝트'의 핵심 공약이 무산되면서 조합 내에서는 '공약 불이행' 책임론이 불거졌고, 시공사 교체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조합은 오는 27일 총회를 열고 대우건설의 시공권 재신임 여부를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다만 1676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리스크와 최대 2698억원에 달하는 손실 우려가 맞물려 있어 교체 추진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2022년 시공사로 선정될 당시 지상 최고 21층(118m) 고급 아파트 단지를 약속한 '118 프로젝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기존 14층 설계를 고도화해 스카이브리지, 통합 블록 구성, 건폐율 축소 등을 포함한 프리미엄 단지 조성을 공약한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지난해 7월 남산 조망권 보호를 이유로 한남뉴타운 일대를 고도제한 완화 대상에서 전면 제외했다. 이로 인해 설계 변경이 불가피해졌고, 핵심 공약이었던 고도 상향도 사실상 무산됐다. 규제는 민간이 통제할 수 없는 사안이지만, 결과적으로 대우건설은 조합에 제시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셈이 됐다.

조합은 이를 공약 불이행으로 판단, 대우건설에 대한 시공권 재신임 여부를 다시 표결에 부친다. 이는 지난해 9월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에도 유사한 배경에서 재신임 안건이 상정됐고, 당시에는 찬성 4표, 반대 3표로 가까스로 통과한 바 있다.

조합 내부는 "어차피 시공사를 바꿔도 서울시 규제가 해소되진 않는다"며 현 체제 유지를 주장하는 의견과, "핵심 공약을 이행하지 못한 만큼 교체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대우건설은 시공사 교체가 자칫 조합에 대규모 손실을 안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회사 내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시공사 교체 시 조합이 떠안을 수 있는 손실은 최대 2698억 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는 공사비 인상분이 2015억 원, 설계 및 인허가 지연에 따른 비용이 180억원, 금융비용은 503억원으로 추산됐다.

실제로 조합은 지난달 초 국공유지 매입을 위해 1676억원 규모의 PF 자금을 조달했으며, 이에는 대우건설의 연대보증이 포함됐다. 이 상태에서 시공사 교체가 현실화될 경우, 대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PF 대주단은 최근 조합에 보낸 공문을 통해 "시공사 계약 해지는 대주단 전원의 동의 없이는 불가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기한이익 상실(EOD)을 선언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EOD가 발생하면 대우건설이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고, 조합은 이자와 함께 연 20%의 지연손해금을 부담하게 된다. 이는 하루 약 9000만원, 최대 335억원에 이르는 부담이다. 사업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조합원 1인당 부담이 2억원을 초과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사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당초 대우건설은 2027년 5월 착공, 2030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시공사를 교체하게 되면 최소 1년 6개월 이상 일정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의 프리미엄 브랜드도 포기해야 한다. 인근 래미안, 아크로 등과 경쟁할 수 있는 '푸르지오 서밋' 브랜드 유치 등 고급화 전략은 조합으로서도 쉽게 내려놓기 어려운 선택지다. 

대우건설은 "서울시의 정책 변경이라는 불가항력적 상황 속에서도 나머지 공약은 이행 가능하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피력하고 있다. 현재 설계를 재조정 중이며, 고급 외관 디자인, 스카이브리지, 블록 통합 등의 구현은 무리 없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남산 조망권과 연계된 고도제한은 향후 서울시와의 협의 여하에 따라 일부 조정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강조한다.

정비업계는 시공사 교체 여부를 감정이 아닌 실익 중심의 판단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교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융 리스크, 사업 지연, 설계 변경 비용 등은 고스란히 조합에 전가될 수 있다"며 "조합원 부담만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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