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엔비디아]
[출처=엔비디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AI 반도체 산업의 핵심 기업인 엔비디아의 ‘H20 칩’에 대해 중국 수출을 제한하면서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중 간 무역갈등이 AI 분야까지 전면 확산하는 양상이다.

엔비디아는 지난 9일 미 정부로부터 H20 칩의 대중국 수출에 대해 별도의 수출 허가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으며, 14일에는 이 규제가 무기한 적용된다는 통지를 받았다고 1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가 중국 슈퍼컴퓨터에 칩이 활용될 가능성을 규제 사유로 밝혔다고 설명했다.

H20 칩은 미국이 전략적 기술 유출 방지를 이유로 고성능 AI 반도체의 대중 수출을 막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중국에 합법적으로 수출 가능했던 고급형 제품이다. 블랙웰 등 최첨단 AI칩에 비해 연산 능력은 낮지만, 고속 메모리와의 연결성이 뛰어나 고성능 AI 연산 또는 슈퍼컴퓨팅 구축에 적합한 칩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조치로 인해 엔비디아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회사 측은 2025 회계연도 1분기(2~4월) 기준으로 약 55억 달러(약 7조85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수출 차질에 따른 재고 및 구매 약정 비용, 충당금 설정 등에 따른 것이다.

이에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정규장에서 1.3% 상승했으나, 시간 외 거래에서 6.3% 하락하는 등 즉각적인 시장 반응이 나타났다.

엔비디아는 최근 미국 내 인프라 투자 확대 계획도 내놓은 바 있다. 14일에는 향후 4년간 미국에서 최대 5000억 달러(약 700조원) 규모의 AI 인프라를 파트너사와 함께 생산할 계획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저인 마러라고에서 열린 만찬에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참석한 이후 규제 철회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결국 무기한 수출 제한이 확정되며 사태는 더 악화됐다.

미 정부는 지난 2022년 10월부터 AI칩 수출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해왔으며, 이번 조치는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H20 칩의 수출 제한이 중국 AI 산업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 압박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중국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행보에 대한 반격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미국 내 반도체 기업들과 중국 IT산업 전반이 규제의 직격탄을 맞게 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