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 한국IBM 전무가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출처=진운용 기자]
이지은 한국IBM 전무가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출처=진운용 기자]

왕의 귀환 일까. 20세기 IT 기술 산업 분야를 선도했던 IBM이 AI(인공지능) 시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에 밀려 왕좌의 자리를 내줬지만, 기업용 AI에 집중하며 조용히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IBM의 주가는 지난 3년 사이 70% 올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도 9.8% 하락하며 비교적 선방했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 지수, 애플, 마이크로소프가 각각 25.2%, 20.3%, 31.1% 상승하며 IBM과 큰 차이가 났다.

IBM의 주가가 이토록 오른 이유는 IBM이 AI와 클라우드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성공적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IBM의 매출은 2018년 796억달러에서 2020년 552억달러까지 하락한 후, 이를 저점으로 계속 성장해 작년 628억달러까지 증가했다.

IBM의 AI 전략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기업형’이다. IBM은 철저히 기업 실무진들이 실제 업무 환경에서 AI를 사용해 생산성을 확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2022년말 오픈AI의 챗GPT가 등장한 이후 많은 기업들이 AI를 도입하고 있으나, 실제 성과를 내놓진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크게 높은 비용과 낮은 체감성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단순히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AI 서비스를 도입한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비용이 많이 들고, AI가 적용될 수 있는 업무와 사용할 수 있는 업무 툴이 제한돼 체감도가 떨어지게 된다.

IBM은 여러 개의 AI 에이전트를 하나의 인터페이스에 제공함으로써 실제 이용자의 생산성을 극대화한다. 실제 IBM 직원은 '왓슨x'에 세일즈 업무, 인사 업무, IT 업무를 동시에 요청했고, 이에 왓슨x는 각기 다른 3가지 에이전트로 업무를 실행했다. [출처=진운용 기자]
IBM은 여러 개의 AI 에이전트를 하나의 인터페이스에 제공함으로써 실제 이용자의 생산성을 극대화한다. 실제 IBM 직원은 '왓슨x'에 세일즈 업무, 인사 업무, IT 업무를 동시에 요청했고, 이에 왓슨x는 각기 다른 3가지 에이전트로 업무를 실행했다. [출처=진운용 기자]

IBM은 이를 일찌감치 간파했다. IBM은 LLM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델 자체보다도 사용자에 적합한 모델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춘다. 단순히 PDF 파일 요약만 한다면 LLM은 과도하다. 또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이메일을 보낸다면, 해당 업무에 특화된 AI만을 사용하면 된다.

IBM은 왓슨x(왓슨 엑스)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다양한 소형언어모델(SLM)을 만들고, 전 세계 오픈 소형모델을 한 곳에 모았다. 이어 고객의 환경과 요구 사항에 맞는 모델을 제공했다.

예를 들어 마케팅 회사에서 광고 이미지를 만드는 데 AI를 도입하려고 한다면, 전 세계 수많은 오픈 AI모델 중 가장 광고 이미지를 잘 만들면서 비용 효율적인 AI를 채택한다. 그 다음 IBM의 데이터 툴을 활용해 해당 서비스 구현할 때 필요한 내외부 데이터를 수집·보관·전환·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고객은 AI 에이전트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데이터와 모델을 확보할 수 있게 되며, IBM은 이 둘을 결합해 여러 업무 AI 특화 에이전트를 제공한다.

중요한 점은 IBM의 왓슨x는 일종의 AI 플랫폼으로, 고객이 기존에 사용하던 업무 환경 그대로를 자동화해 실무자들이 어떠한 불편함도 없이 AI 에이전트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광고 회사 A직원이 어도비 프로그램을 사용해 그래픽을 만들었다면, 왓슨x는 어도비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는 AI 모델을 채택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그래픽을 그리기 위해 해당 프로젝트의 데이터를 불러온다. 이렇게 함으로써 사용자는 기존 업무 환경에서 어떤 변화 없이 단순한 업무 지시만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다.

왓슨x을 사용함으로써 기존 업무 환경과 툴을 교체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왓슨x는 플랫폼으로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와 오픈 AI 모델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지관 한국IBM 클라이언트 엔지니어링팀 총괄 상무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진운용 기자]
김지관 한국IBM 클라이언트 엔지니어링팀 총괄 상무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진운용 기자]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왓슨x는 여러 가지 에이전트 모델을 동시에 지원한다는 점이다. 광고회사라고 해서 꼭 디자인 AI만 필요하지 않는다. 광고회사에도 인사팀과 IT팀이 필요하다. IBM은 각 부서, 환경, 업무에 맞는 모든 AI 모델 채택하고 가공해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제공한다.

더욱이 하나의 UI/UX(사용자 인터페이스/사용자 경험)로 모든 AI 에이전트를 지원한다. 디자인 AI 에이전트, 인사팀 AI 에이전트, IT AI 에이전트를 하나의 창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사용자가 광고 디자인을 그려달라고 요청하면 디자인 AI 에이전트가 나오고, 그 뒤 바로 퇴직금 관련 사항을 요청하면 인사 AI 에이전트가 출현한다.

실제 IBM은 왓슨x를 자사 업무 환경에 적용해 35억달러의 생산성 향상을 이룬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지은 한국IBM CTO(최고기술책임자) 전무는 “여러 개의 소형 모델을 사용함으로써 기업들은 비용 또한 단축할 수 있다”며 “왓슨x는 일종의 플랫폼으로서 오픈 아키텍처를 지향하며 여러 개의 모델을 채택하고, 연결하고, 관리할 수 있는 토탈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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