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월 서울 중구 신세계남산에서 열린 2025년 신세계그룹 신입사원 수료식에 참석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출처=신세계그룹]](https://cdn.ebn.co.kr/news/photo/202504/1660457_674424_343.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다음주 한국을 찾는다. 이번 방한은 트럼프 주니어와 친분이 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정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를 초청해 재계 인사들과 릴레이 면담을 주선할 예정이다. 정 회장이 사실상 ‘민간 외교’ 총대를 멘 셈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24일 “다음주 트럼프 주니어가 정용진 회장의 초청으로 방한해 국내 주요 기업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정부와 소통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해달라는 재계의 요청이 있어 트럼프 주니어와 친밀한 관계인 정 회장이 역할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올해 초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주니어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한국 재계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트럼프 주니어는 해당 요청을 받아들이고 방한 일정을 조율했다. 다음 주 하루 일정으로 전용기를 타고 입국해 재계 인사들과 면담을 소화한 뒤 곧바로 출국할 예정이다.
트럼프 주니어는 백악관 공식 직함은 없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른바 ‘막후 실세’로 통한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현 미국 부통령인 JD 밴스를 러닝메이트로 추천한 인물이기도 하다.
트럼프 주니어는 평소 정 회장을 ‘형(브로)’으로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인연은 3~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한 지인이 뉴욕에서 정 회장과 트럼프 당선인의 만남을 주선했으나 급한 일정이 생긴 트럼프 당선인이 대신 트럼프 주니어가 참석하면서 첫 만남이 성사됐다.
첫 만남에서 여러 주제로 대화를 나눈 가운데 특히 개신교 신자라는 공통점이 두 사람을 가깝게 만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은 직접 만난 것도 여러 차례다. 지난 2023년 정 회장과 만남에서 약혼녀를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방한 당시에는 트럼프 주니어는 ‘빌드업코리아 2024’ 행사에 참석해 연단에서 정 회장을 직접 언급하면서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 언론을 통해 “국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인사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인사는 정 회장이 유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트럼프 주니어 방한의 관전 포인트는 실제 트럼프 주니어와 면담하는 재계 인사와 형식이다. 구체적인 방한 일정은 조율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25%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황에서 수출 의존도가 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LG 등 주요 기업은 백악관과 ‘접점’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주요 기업은 트럼프 주니어를 만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주니어는 기업인 여러명을 한꺼번에 만나는 대신 1대1로 만나 30분에서 1시간가량 면담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등 경제단체장들과의 만남도 거론된다. 다만 트럼프 주니어는 우리 정부 관계자를 만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선 트럼프 행정부와 원활한 소통을 위해 정 회장과 트럼프 주니어의 친분을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세계 각국이 로비스트를 통원해 백악관에 의견을 전달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 회장은 앞선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면서 “외교관이나 행정가가 아니어서 국가 아젠다를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미국이라는 큰 시장에 다양한 창구가 만들어지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