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가 부채 금액을 보여주는 시계. [출처= AP 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05/1663145_677515_2214.jpg)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16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미국 정부의 부채 문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미국의 국가 부채는 약 36조2200억 달러(약 5경7744조원)로 집계됐다. 이 금액은 미국이 설립된 이래 연방정부에 누적된 부채의 원금과 이자를 모두 포함한 것이다.
미국의 국가 부채는 2000년대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미국 정부는 2001년 이후 매년 재정적자를 기록해왔으며, 2016년부터는 사회보장제도, 의료 서비스, 이자 지급에 들어가는 지출이 수입보다 빠르게 증가했다.
특히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위해 정부 지출이 50%나 증가하면서 부채는 더욱 커졌다. 2024회계연도에만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는 1조8300억 달러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감세 정책을 추진하며, 줄어든 세수를 관세로 충당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감세로 인한 수입 감소가 재정적자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원의 공화당 의원들이 감세 공약 실현을 위해 발의한 세제 법안이 통과되면 향후 10년간 3조8000억 달러의 감세가 이뤄지며, 국가 부채는 2조5000억 달러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공화당 의원들은 지출 감축을 요구하며 해당 법안을 부결시키기도 했다.
미국 정부가 무한정 돈을 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의회는 정부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부채 한도(debt ceiling)'를 설정하고 있다. 현재 부채 한도는 36조1000억 달러로 설정돼 있으며, 이를 초과하면 추가적인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불가능하다.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의회가 부채 한도를 상향하거나 유예하지 않으면 이르면 오는 8월부터 정부가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악관은 부채 한도를 4조 달러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공화당이 발의한 법안에도 4조 달러 상향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공화당과 민주당의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어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막대한 부채 규모만큼이나 문제로 떠오른 것은 이자 부담이다. 미국 정부는 2024회계연도 기준으로 평균 3.32%의 금리로 돈을 빌리고 있다. 이로 인해 2025년 4월 기준 미국 정부의 이자 비용만 6840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전체 정부 지출의 16%를 차지한다.
특히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정부 재정에 더 큰 압박이 가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도 관세가 촉발한 경제 불확실성으로 국채 금리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13년에 이미 100%를 넘었으며, 2024년에는 123%에 도달했다. 이는 미국 경제가 생산하는 모든 부가가치의 1.2배가 넘는 부채를 지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부채 한도 상향 문제는 공화·민주당 간의 대립으로 인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부채 한도 상향에 실패하면, 미국 정부는 채무 불이행에 빠질 수 있고, 이는 전 세계 금융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은 미국 정부의 재정 상태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앞으로의 재정 관리와 부채 한도 협상이 세계 경제에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