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심천 컨벤션 전시 센터에서 열린 ‘NEPCON Asia 2024’의 한화세미텍 부스 전경. [출처=한화세미텍]
중국 심천 컨벤션 전시 센터에서 열린 ‘NEPCON Asia 2024’의 한화세미텍 부스 전경. [출처=한화세미텍]

한화세미텍이 지난 2022년경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 한 대를 SK하이닉스에 공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한화세미텍은 해당 장비를 한 차례 이상 개선하면서 양사 간 협력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이에 향후 펼쳐질 하이브리드 본더 경쟁에서 한화세미텍이 한미반도체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만들기 위해선 여러 개의 D램을 쌓은 뒤 이를 하나로 합치는 장비가 필요한데, 현재 여기에 TC본더가 사용되고 있다. 하이브리드 본더는 기존 칩과 칩 사이를 연결했던 범프를 걷어내고 D램을 직접 포개는 차세대 장비다.

HBM 단수가 높아짐에 따라 하이브리드 본더 사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며, 현재 한화세미텍과 한미반도체가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2021년부터 연구 시작…기술 내재화로 개발기간 단축

HBM 내부 구조 [출처=AMD]
HBM 내부 구조 [출처=AMD]

2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SK하이닉스는 한화세미텍에게 중장기 과제로 하이브리드 본더 프로젝트를 맡겼다.

앞서 SK하이닉스와 한화세미텍은 2020년 칩과 인쇄회로기판(PCB)를 결합하는 후공정 장비 ‘다이 본더’를 국산화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양사는 이를 계기로 협력 단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까지 나아가게 된다.

놀라운 점은 한화세미텍이 프로젝트 수행 1년여 만에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를 만들어 SK하이닉스에 공급했다는 사실이다. 업계에서는 한화세미텍이 빠르게 하이브리드 본더를 개발할 수 있었던 이유로 기존에 확보한 기술력을 꼽는다.

한화세미텍은 1980년대 후반부터 반도체 후공정 장비 기술을 쌓아왔고, 한화 계열사 중 한화모멘텀이 웨이퍼에 얇은 박막을 입히는 전공정 기술을 보유 중이다.

하이브리드 본더는 전공정 장비와 후공정 장비 여러 대를 하나로 묶어 ‘클러스터’ 형태로 만들어야 해 반드시 전후공정단의 기술이 모두 필요하다.

한화모멘텀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화세미텍은 하이브리드 본더를 개발할 수 있었으며, 이후 한화모멘텀 전공정 장비 부문은 2024년에 한화세미텍에 흡수된다.

2022년 공급한 하이브리드 본더는 프로토타입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한화세미텍은 해당 하이브리드 본더를 한 번 이상 업그레이드해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내부 연구실에서 하이브리드 본딩을 사용해 16단까지 HBM을 구현한 상황이다. 다만 이 HBM에 한화세미텍의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가 사용됐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한화세미텍은 여기서 더 발전된 최고사양의 하이브리드 본더 시제품을 올해나 내년 선보일 예정이다.

■“한미반도체도 전공정사와 협력해야”

[출처= ]
네덜란드 베시의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Datacon 8800 CHAMEO ultra plus AC'출처 :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디일렉(http://www.thelec.kr) [출처=베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미 2021년부터 하이닉스와 협업하고 있고, 전공정 기술력을 갖고 있는 한화가 하이브리드 본더 세대에 가면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 반도체 장비사인 세메스는 전후공정 기술력을 모두 갖고 있으며, 하이브리드 본더 시장에서 앞서 있는 네덜란드 후공정 장비 기업 베시는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사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같이 개발 중이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여기서 나아가 지난 4월 베시의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하이브리드 본더 시장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반도체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높은 수준의 전공정 기술이 필요한 건 아니나, 꼭 필요하다”며 “한미반도체가 하이브리드 본더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전공정 장비사와의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HBM4의 두께 기준이 완화되면서 하이브리드 본딩 도입이 미뤄졌으나, 업계는 하이브리드 본딩 사용을 시간 문제로 본다. 기존 패키징 기술로 HBM 단수를 올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화세미텍과 한미반도체 간 진행 중인 특허 분쟁도 한화가 더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반도체는 한화세미텍이 ‘2개 모듈, 4개 본딩 헤드’ 방식의 TC본더 기술을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하며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반도체 관계자는 “업계에선 해당 방식은 일반적인 컨셉으로 특허가 되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한미가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하이브리드 본더 공급 관련해 한화세미텍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본더와 플럭스리스 본더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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