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06/1665454_680232_4947.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간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감세 법안을 둘러싼 공개적 비판과 맞대응이 정점에 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가 운영하는 기업에 대한 보조금과 계약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SNS 플랫폼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을 통해 “일론은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며 “나는 그에게 정부를 떠나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기차 의무화를 폐지하자 머스크는 통제 불능이 됐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정부 예산에서 수십억 달러를 아낄 가장 쉬운 방법은 머스크의 보조금과 계약을 끊는 것”이라며 “바이든 전 대통령이 그것을 하지 않은 점이 늘 의아했다”고 꼬집었다.
양측의 갈등은 백악관에서 열린 메르츠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감세 법안을 비판한 머스크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머스크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감세 법안을 두고 “정부 재정적자를 폭증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실 두 사람은 한때 밀접한 관계였다. 2024년 대선 당시 머스크는 트럼프 캠프에 거액의 정치자금을 기부했고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정부 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 공공부문 개혁을 주도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공격적인 개혁 추진과 행정부 내 불협화음이 겹치면서 머스크는 지난 4월 백악관을 떠났다. 당시 백악관은 ‘특별 공무원의 근무 일수 제한(130일)’을 공식 사유로 설명했지만, 실상은 내부 갈등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머스크의 행정부 내 활동에 대해서는 시작부터 논란이 많았다. 테슬라, 스페이스X 등 그가 운영하는 기업이 정부로부터 막대한 보조금과 수의계약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정책 수혜 당사자가 정책 입안에 관여하는 건 이해 충돌’이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머스크는 물러난 이후에도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CBS와의 인터뷰에서는 “감세 법안은 실망스러운 대규모 지출 법안”이라며 불만을 토로했고, 이후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의회가 처리한 감세 법안은 역겹고 낭비투성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이 법안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까지 예고하며 전면전을 선언했다.
일련의 공세에 트럼프 대통령 역시 정면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백악관에서 머스크에게 ‘황금 열쇠’를 전달하며 퇴임을 기념하는 등 우호적 태도를 보였지만, 이후 돌변해 머스크를 비난하고 전면 차단을 시사했다.
한때 ‘정치-경제권 대표 파트너십’으로 주목받았던 두 사람의 관계는 감세법안을 계기로 완전히 틀어졌고 결별을 넘어 파탄으로 접어든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