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 [제공=각 사]](https://cdn.ebn.co.kr/news/photo/202506/1668351_683573_1745.png)
국내 은행권이 고령층을 겨냥한 신탁 서비스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베이비부머(1955~1974년생) 세대의 본격적인 고령층 편입과 함께 상속·노후 대비 수요가 늘자 각 은행들이 신탁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경쟁력 선점에 나선 것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 신탁 상품군을 확대하며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신탁은 금전·부동산 등 자산을 금융사가 운용·관리하는 대표적 자산관리 서비스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5일 ‘NH 사랑THE 부동산증여신탁’을 출시했다. 부동산을 사전 증여해 세금 부담을 줄이고, 신탁을 통해 증여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상품이다.
앞서 유언대용신탁인 ‘NH 사랑THE 종합유언대용신탁’도 리뉴얼해 최소 가입금액을 기존 3억원에서 금전 외 재산 합산 1억원, 금전 기준 5000만원으로 대폭 낮췄다.
하나은행은 지난 18일 금융권 최초로 실물 금을 맡기는 ‘금 실물 신탁’을 선보였다. 은행이 금을 합리적인 가격에 처분하거나 운용해주는 서비스로, 하반기엔 운용수익과 실물 금을 함께 지급하는 신탁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하나은행은 유언대용신탁인 ‘하나 Living Trust’, 보험금청구권신탁, 치매안심신탁, 장애인신탁, 후견신탁 등 다양한 상품을 운용하며 적극적인 신탁서비스 확장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보험금청구권신탁을 선보였다. 기존 ‘KB위대한유산신탁’, 반려동물신탁 등 상품 다양성으로 시장 대응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우리내리사랑 유언대용신탁’을 비롯해 골드신탁, 장애인사랑신탁, 명문가문증여신탁 등을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종합재산신탁·유언대용신탁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해 상담부터 계약,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통합했다. 고객 생애주기 맞춘 유연한 자산관리와 상속설계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은행들이 잇따라 신탁 서비스를 강화하는 이유는 고령사회 심화에 따른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고령화에 따라 자산관리·승계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신탁이 은행의 새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층으로 흐르는 자산 규모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다. 통계청·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만 60세 이상 고령층의 순자산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4307조원으로 분석됐다.
다만 국내 신탁업은 규제에 막혀 제대로 성장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현행법상 신탁 가능 재산은 금전·증권·부동산 등 7종으로 제한된다. 특히 담보대출이 결부된 대부분의 가계 자산은 신탁 설정이 어렵다. 비금융기관 위탁 금지, 신탁 광고 제한 등도 시장 확대에 걸림돌로 지목된다.
이에 은행권은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 ‘경제 선순환과 금융산업 혁신을 위한 은행권 제언’을 전달하고, 신탁업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 확대를 촉구했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탁업 혁신안의 조속한 법제화와 온라인 신탁 서비스 허용, 중산층 대상 소액신탁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