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출처= EBN]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출처= EBN]

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 규모가 매입 규모를 넘어서면서 자사주 정책 변화 속 실제로 자사주 소각에 나설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들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그동안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며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았던 지주사들 중에서 적극적으로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지주사를 선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장기업의 자기주식 소각금액은 15조5000억원 규모로 작년 연간 자사주 소각 금액인 13조900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같은 기간 자사주 매입금액인 9조5000억원도 넘어섰다. 자사주 소각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증가해왔지만, 매입보다 소각 규모가 더 컸던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그동안 자사주 소각 규모는 매입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는 정부에서 주주환원 정책을 독려하고, 상장기업들 역시 이 같은 정책 방향에 부응해 주주환원 노력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출처= 한국거래소]
[출처= 한국거래소]

자사주는 오랫동안 국내에서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와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교환사채 발행이나 우호 지분 교환에 활용하거나, 제3자인 '백기사'에게 매각하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유지·확대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최근에도 일부 기업들은 자사주를 계열사에 매각하거나 교환사채 발행에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롯데지주는 최근 자사주 5%를 롯데물산에 매각하기로 했으며, 태광산업도 24.41%나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전량을 제3자에게 교환사채를 발행하려다가 절차를 중단했다.

정부의 자사주 의무 소각과 같은 제도 개선안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자사주 활용 방안 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 자사주 소각 의무화 정책 내용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자사주 취득을 원칙적으로 소각 목적에 한해서만 허용하고, 새로 취득한 자사주는 일정 기간 내 소각하도록 하며 기존 보유 중인 자사주에 대해서도 규제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시장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보유 자사주의 소각 가능 여부와 추가 매입·소각 여력을 점검하고 있다. 특히 지주사의 경우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아 정책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박건영 KB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관련 정책 변화에 따라 자사주를 대량 보유하고 있던 기업들이 시장 신뢰 제고를 위해 자사주 소각을 단행하거나 불필요한 자사주를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면서도 여전히 지배력 유지와 현금 재원 보유가 최우선인 지주사들의 대응이 더딜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주사의 선별이 중요해졌음을 강조하면서 기존 보유 자사주 비중이 높은 지주회사 중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고, 부채비율은 낮으면서 순현금을 보유한 지주회사를 눈 여겨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사주 보유 비중 상위 10개 지주사는 △롯데 △태영 △SK △두산 △HDC △LS △하림 △삼양 △DN △HD현대 순으로 집계됐다. 이 중 총수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기업은 △태영 △SK △두산 △HDC △삼양 △DN △HD현대다. 이들 중 부채비율이 50% 미만인 곳은 △HDC △삼양 두 곳이었으며 순현금을 보유한 지주사는 HDC 한 곳이다.

IBK투자증권은 자사주를 소각한 경험이 있는 기업들을 주목했다. 지난해부터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기업 중 PBR 1배 미만 기업 45개 중 금융지주를 제외한 지주사는 △포스코홀딩스 △SK △KT △영원무역홀딩스 △OCI홀딩스 △효성 △풍산홀딩스 △콜마홀딩스 등이다.

권순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본시장 개선 흐름 속 주주환원 모멘텀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참여 의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기보유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보다 자사주 소각 경험이 있는 기업들이 추가 자사주 소각에 대한 참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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