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업계가 안팎으로 몰아치는 규제의 파고에 긴장하고 있다. [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0186_685753_3144.jpg)
국내 화장품 업계가 안팎으로 몰아치는 규제의 파고에 긴장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한 데 이어, 국내에서는 ‘화장품 안전성 평가’ 제도 도입이 본격 추진되면서다. K뷰티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잇단 규제 강화로 인해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업계에 적용되는 미국의 추가 관세 조치는 오는 8월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공개한 서한에서 “2025년 8월 1일부터 한국산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관세와 별도로 적용되는 조치이기 때문에, 현재 10% 수준의 관세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폭 인상이 예고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K뷰티 기업들은 매출 원가와 수출 단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은 현지 생산기지가 없어 관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향후 3~5년 내 미국 내 생산 및 물류시설에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긴 하나, 단기적으로는 역시 매출원가 증가가 불가피하다.
이에 비해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일부 OEM(제조자개발생산) 기업들은 이미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충해 놓은 상태로, 비교적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 일단 주요 기업들은 추가 관세로 인한 매출원가 상승에 대비해 중장기적은 시장 모니터링, 가격 정책 및 마케팅비 조정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정부가 K뷰티 수출 증가에 맞춰 ‘화장품 안전성 평가’ 제도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또 다른 부담 요인이 등장했다. 이는 K뷰티의 수출 증가에 발맞춰 화장품의 안정성과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해당 제도에 따르면 오는 2028년부터 연간 생산·수입 실적이 10억원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화장품 안전성 평가가 의무화되며 2031년부터는 전면 확대 적용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해당 기업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요청 시 제품 원료의 독성 정보, 인체적용 시험 자료, 방부력 시험, 포장재 정보 등 다양한 안전성 관련 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이는 현재 판매 이후 문제가 발생하면 조치하는 사후관리 중심 체계에서 선제적 안전성 확보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문제는 비용이다. 유럽, 미국, 중국 등 주요 수출국들이 이미 안전성 평가 제도를 시행 중인 만큼 국제 기준에 맞춘 대응이라는 점에서는 업계도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화장품 하나의 안전성 평가에 평균 1000만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기업에 비해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및 인디 브랜드에게는 막대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국내 화장품 기업의 94%는 연간 생산 실적 1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으로, 연구 인력조차 없는 기업이 72%에 달한다. OEM 방식으로 브랜드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외부 기관에 의존해야 하기에, 비용 상승의 충격이 더 크다.
또 매출이 일정 수준 이하인 소규모 기업은 규제 도입과 동시에 생존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 없이 제도가 시행되면 오히려 산업 활성화에 역행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액은 55억1000만달러(한화 약 7조5000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미국 수출은 전년 대비 17.7% 증가한 10억2000만달러(약 1조3800억원)를 기록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대내적으로는 규제 강화가 동시에 닥치면서 기업들의 고민은 계속해서 깊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 가지 규제 리스크는 각각 다른 층위의 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추가 관세는 주로 미국 시장 수출 비중이 큰 브랜드 기업과 일부 OEM 업체에 영향을 주는 반면, 국내 안전성 평가 제도는 모든 화장품 제조·판매 기업, 특히 중소기업과 신생 브랜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이번 ‘2중 악재’를 단순한 위기가 아닌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브랜드별 경쟁력 강화와 신시장 개척, 규제 대응 역량 확보가 K뷰티의 지속성장을 좌우할 관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K뷰티의 글로벌 경쟁력이 단순히 가격 요인에만 의존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추가 관세와 안전성 평가 의무화 모두 마진율과 단가 관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국, 일본, 동남아 등으로의 시장 다변화와 함께 글로벌 공급망과 브랜드 전략의 다층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