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업계의 전통적인 ‘빅3’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출처=픽사베이]](https://cdn.ebn.co.kr/news/photo/202506/1668247_683446_2331.jpg)
국내 화장품 업계의 전통적인 ‘빅3’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오랜 기간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애경산업이 이끌던 K뷰티 시장에서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APR)이 신흥 강자로 부상하며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올 1분기 애경산업의 부진과 에이피알의 고속 성장세가 맞물린 뒤부터 사실상 새로운 시장 재편이 현실화됐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올 1분기 연결 매출 1조1648억원, 영업이익 128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7%, 55.2% 성장하는 호실적을 냈다. 특히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구권 매출이 40% 이상 증가하며 전체 성장세를 이끌었던 가운데 라네즈, 이니스프리, 설화수에 더해 에스트라의 미국 진출이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LG생활건강도 매출 1조6979억원, 영업이익 1424억원으로 각각 1.8%, 5.7% 감소했지만, 증권가 예상치를 웃도는 성과를 내며 회복세의 발판을 마련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위주의 HDB(생활용품) 부문은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성장했고, 북미와 일본 등 비중국 시장에서 색조 브랜드와 더마코스메틱의 선전이 돋보였다.
반면 애경산업은 같은 기간 매출 1511억원, 영업이익 60억원으로 각각 10.7%, 63.3% 감소하며 뚜렷한 실적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화장품 사업 부문에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며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중국 시장의 소비 위축과 플랫폼 경쟁 심화가 직격탄이 됐던 것이다. 대표 브랜드 ‘AGE20’s’ 역시 미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아직까진 실적 개선에 큰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비자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초저가 전략을 내세워온 아성다이소에도 화장품 매출에서 밀리는 양상이다. 다이소의 뷰티 매출은 연간 약 4000억원으로 추산되며 이는 애경산업을 웃도는 수치다.
설상가상으로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가 복수의 인수 후보자들과 애경산업 매각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진 뒤부터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애경그룹은 포트폴리오 재정비의 일환이라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기존 ‘빅3’ 지위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APR)은 애경산업의 자리를 꿰찰 후발주자로 급부상했다. 에이피알은 올 1분기 매출 2660억원, 영업이익 53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79%, 97% 급성장했다. 이는 애경산업의 실적을 두 배 가까이 앞서는 수준인 데다, 지난해 연간 실적에 이어 올해도 우위가 이어진 덕에 업계는 에이피알이 사실상 3위 자리를 굳혔다고 평가하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성장세의 방점은 ‘글로벌화’에 찍혔다. 현재 에이피알의 해외 매출 비중은 71%에 달하며 특히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핵심 브랜드인 ‘메디큐브(Medicube)’와 뷰티 디바이스 ‘AGE-R’이 북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아마존에서는 ‘제로모공패드’가 토너·화장수 부문 판매 1위를 차지하는 성과도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에이피알은 올해 매출 1조원 달성과 영업이익률 17~18% 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기존 1, 2위 기업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보다 높은 수익성으로, 이 회사가 업계 내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는 배경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아모레와 LG생건도 뷰티 디바이스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에이피알은 이미 연간 3000억원 규모의 디바이스 매출을 달성한 상태다.
K뷰티 시장의 중심축이 점차 ‘디지털 기반, 글로벌 타깃’ 전략으로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에이피알의 부상은 단순한 이변이 아닌 구조적 변화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애경산업의 반등 여부와 함께, 에이피알이 ‘1조 클럽’에 입성하며 빅2와의 격차를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가 올해 뷰티 업계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에이피알의 약진과 애경산업의 침체는 단순한 순위 변동이 아니라, K뷰티의 중심축이 ‘내수 중심’에서 ‘수출 및 디지털 기반’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며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가 앞으로의 K뷰티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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