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레이싱팀 오네레이싱 소속의 (왼쪽부터)오한솔, 이정우. 김동은 선수 [출처= 오네레이싱]](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0195_685781_582.jpg)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열리는 ‘2025 오네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4라운드를 앞두고 있다. 최근 CJ대한통운 프로 레이싱팀 '오네레이싱' 소속 이정우, 오한솔, 김동은 세 드라이버가 한자리에 모여 취재진과 만났다.
서로 다른 출발선에서 모터스포츠의 세계에 발을 들였지만, 지금은 같은 레이싱팀에서 한 방향을 바라보며 달리고 있는 세 사람. 이들의 유쾌하면서도 진중한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오네레이싱이라는 팀이 가진 결속력과 팬을 향한 진심이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 드라이버의 꿈, 그 시작은 모두 달랐다
이정우 “레이싱 게임 ‘라이브 포 스피드’를 정말 열심히 했어요. 시뮬레이터 게임을 통해 드라이버가 되는 오디션이 있었는데, 거기서 선발되면서 일본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죠”
이정우는 게임을 통해 모터스포츠에 입문한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현실이 된 가상 세계의 꿈은 그를 슈퍼레이스 6000클래스까지 이끌었다. 게임 속에서 다진 반사신경과 판단력은 실제 트랙 위에서도 강력한 무기가 됐다.
오한솔 “고등학생 때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 놀러 갔다가 황진우 선수가 달리는 모습을 봤어요. 그 순간 ‘아, 나도 저 위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확 들었죠. 그래서 자동차 관련 학과에 진학했고, 거기서부터 본격적으로 길이 열렸어요.”
성인이 된 후 처음 카트의 운전대를 잡은 오한솔. 다소 늦은 출발이었지만, 특유의 꾸준함을 무기로 삼아 슈퍼레이스 6000클래스까지 착실히 계단을 밟아 올라왔다.
김동은 “저는 아버지가 프로 레이싱 선수셨어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 등에 업혀 서킷을 다녔죠.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공사장 헬멧을 쓰고 카트를 탔어요. 그러니 거의 유치원 시절부터 트랙에 있었던 셈이죠.”
김동은은 레이스 피트 안에서 자라났다. 부친(김정수 인제스피디움 스포츠 TF 단장) 역시 레이서이자 감독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경주차와 미케닉들 사이에서 일상을 보냈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포뮬러부터 스톡카까지 커리어를 쌓았고, KARA(대한자동차경주협회) 공인 레이스 100경기 이상을 출전하며 베테랑 반열에 올랐다.
![오네레이싱 김동은 선수 [출처= 오네레이싱]](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0195_685776_5613.jpg)
■ 스타일은 달라도, 방향은 하나
세 드라이버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프로 선수의 길을 걸어왔다. 성격도, 주행 스타일도 모두 다르다. 하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는 팀 동료애를 넘어선 우정이 담겨 있다.
그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드라이빙 스타일은 어떨까.
김동은은 오한솔을 ‘리타이어 없는 철인’, ‘꾸준함의 아이콘’이라 표현했고, 이정우는 '안전자산'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오한솔은 웃으며 “그거 느리다는 말 아닌가요?”라고 농담을 던졌지만, 두 사람 모두 그의 완주 능력을 진심으로 높이 평가했다. 어떤 악조건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레이스를 끝까지 마무리하는 끈기가 오한솔의 진짜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이정우는 팀 내에서 '트랙 위 실험가', '열정맨'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다양한 세팅과 주행 방식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실험정신과 강한 추진력 덕분이다. 연습은 물론 본 경기에서도 매 순간 전력을 다하는 그의 풀어택 스타일이 인상 깊다는 평가다.
김동은은 ‘스타트 장인’이라 불린다. 경험과 직감으로 무장한 김동은은 전략과 기술을 겸비한 노련한 드라이버다.
“6000클래스에서만 스타트를 수백 번은 해봤을걸요. 거의 매번 스타트에서 3~4계단 이상 올라갑니다.” 이정우의 설명이다.
이들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오네레이싱이라는 팀 안에서 각자의 무기와 서사를 공유하며 팀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팀워크는 성적을 뛰어넘는 또 하나의 힘이다.
그들이 꼽는 팀의 강점 또한 다양하다.
“한 명은 게임으로, 한 명은 관람객으로, 또 한 명은 DNA로 드라이버가 됐죠. 그런데 지금은 나란히 같은 방향을 보고 있어요. 이게 팀의 힘 아닐까요?” 오한솔이 말하는 팀의 강점이다.
이정우는 팀 역사에 대한 확고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슈퍼레이스에서 수많은 팀들이 생겼다가 없어지기를 반복했어요. 하지만 저희 팀만큼 유지된 팀은 사실 손에 꼽히죠. 그런 팀에 있다는 것 자체가 자부심이에요."
김동은은 “팀 분위기가 워낙 좋아요. 미캐닉부터 엔지니어, 선수까지 서로 존중하고 협력해요. 팬들과 함께하는 이벤트가 많은 것도 큰 자부심이에요. 팬 중심 문화가 진짜 강하죠”라고 말했다.
![오네레이싱 오한솔 선수 [출처= 오네레이싱]](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0195_685779_5643.jpg)
■ "팬들과 함께 달리는 팀"
“팬들과 함께 달리는 팀”
세 드라이버가 한목소리로 말하는 오네레이싱의 정체성이다.
드라이버는 물론 미캐닉과 엔지니어까지, 팬을 향한 진심이 자연스럽게 팀 문화로 녹아 있다.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팬들과 짧은 대화라도 나누고, 사진 한 장이라도 더 남기려 애쓴다.
이정우는 “팬분들 한 분, 한 분이 정말 소중해요.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인사하고, 안부를 묻고, 함께 웃고 싶은 게 제 마음이에요”라고 말했다.
평소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밝힌 그는 팬들과의 소통만큼은 최선을 다한다. “적어도 한 마디라도 더 하려고 노력해요. 그게 저를 믿고 응원해주는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거든요.”
김동은은 “솔직히 팬분들이 없으면 우리가 이렇게까지 달릴 수 있었을까요? 레이스에서 가장 큰 동력은 팬들의 존재예요”라며, 슬럼프에 빠졌을 때도, 아쉬운 성적을 낼 때도 팬들의 한 마디가 큰 힘이 되었다고 전했다.
오한솔은 팬을 향한 책임감을 강조했다. “팬들이 믿어주는 만큼, 그 기대에 꼭 부응하고 싶어요. 제가 사랑받는 만큼, 반드시 보답하고 싶습니다.”
그는 팬의 얼굴을 기억하려 노력하고, 매 경기장에서 다시 마주치는 얼굴엔 진심으로 인사한다. “매번 뵙는 분인데 제가 모르는 척하면, 그분 마음이 얼마나 서운할까요? 팬은 기억되고, 존중받아야 해요.”
오네레이싱의 팬에 대한 애정은 단지 말로 끝나지 않는다. 팬미팅, 택시타임 이벤트, SNS 소통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함께 달리는 팀’의 면모를 확고히 하고 있다. 팬은 이들에게 ‘응원자’가 아닌, 함께 레이스를 만들어가는 동료다.
![오네레이싱 이정우 선수 [출처= 오네레이싱]](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0195_685780_572.jpg)
■ 반등의 레이스는 지금부터 시작
CJ대한통운 오네레이싱은 현재 팀 포인트 2위(55점)를 기록 중이다. 선두 금호SLM(98점)과의 격차는 크지만, 드라이버 세 명은 침착하다. 시즌은 이제 3경기를 치뤘을 뿐. 가장 중요한 라운드들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개인 포인트에서는 오한솔이 4위(29점), 이정우가 5위(28점), 김동은이 13위(12점)를 기록 중이다. 이들은 순위를 단순한 숫자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레이스는 언제든 한순간의 변수로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김동은은 “경기 결과는 드라이버 실력만으로 결정되지 않아요. 환경, 준비, 날씨, 운 등 어떤 요소 하나만 달라져도 순위는 바뀌어요. 그래서 지금 점수에 일희일비하지 않아요. 매 라운드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는 게 더 중요하죠”라고 강조했다.
이정우는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창욱에 승부욕을 불태웠다. "이창욱 선수를 잡아야 돼요. 이창욱 선수와 한때 같은 팀에 있었지만, 이제는 다른 팀으로서 반드시 꺽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오한솔은 “이 팀의 강점은 누구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 페이스를 지킨다는 거예요”라며 “감독님과 엔지니어들이 드라이버마다 다른 성향을 정확히 알고, 거기에 맞춰 운영해줘요. 그래서 누구든 언제든 포디움에 오를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또 세 사람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건 “조급함은 금물, 꾸준함이 답”이라는 점이다.
성적이 아쉬운 날에도 팬들을 떠올리며 멘탈을 붙잡고, 큰 흐름 안에서 자신의 강점을 지켜내는 것. 그것이 오네레이싱의 진짜 저력이다.
서로 다른 출발선에서 시작한 세 드라이버가 지금, 같은 스티어링을 잡고 있다. 한 명은 게임에서, 한 명은 관중석에서, 또 한 명은 서킷에서 인생을 시작했다. 그렇게 모인 세 사람이 ‘오네레이싱’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의 레이스를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