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 김성준 보험과장이 임명 3개월만에 대통령 곁으로 차출됐다. 그는 이제 이재명 대통령비서실에서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MG손해보험 새 매각, 보험개혁 세부작업, 보험사 신용정보법 위반 논의 등 해결과제가 산적한 보험과의 과장직은 이동엽 신임 과장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김성준 금융위 과장 [출처=금융위 ]](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0913_686626_141.jpg)
김성준 과장은 지난 4월 초 보험과장으로 승진한 초임 과장. 보험과장 전에는 자본시장에서 5년 이상 근무한 벤처캐피탈리스트다. 행정고시 47회로 공직에 입문한 김 과장은 재정경제부 종합정책과와 G20정상회의기획단 등을 역임한 뒤, 금융위 내 대표 승진 코스인 금융정책과와 자본시장과에서 사무관·서기관 시절 대부분을 보냈다. 메인 전공은 5년 이상 근무한 자본시장과.
자본시장은 발 빠른 거래와 아찔한 모험심이 가득한 곳이다. 이곳의 전문가 김성준 과장이 보험과장으로 발탁된 지난 4월, 시장에선 새로운 관점의 엘리트가 보험권에 등장했다며 잔뜩 긴장했다.
심지어 최연소 과장이기도 해 혈기왕성한 혁신력을 보일 수도 있다고 보험권은 짐작했다. 보험산업은 대체로 변화를 끔찍이도 싫어하는 안정주의다. 통계로 뽑아낸 수치 범위에서 손해율과 마진이 나오길 기대한다. 그렇다. 통계만능주의다. 또 새로운 변수가 발생해 기존 수치를 벗어나는 불안정을 극도로 두려워한다. 통계만큼 과학적인 수치도 없지만 인간사는 통계를 벗어날 가능성이 늘 존재하기에 보험사는 사실 ‘미래에 대한 불안’을 팔아 돈을 버는 업종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출처=연합 ]](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0913_686627_1434.jpg)
반대로 자본시장과는 매일이 변화의 날이다. 데일리 거래량과 시세, 달라진 외생변수를 고려한 프라이싱(pricing)은 변화무쌍하고 숫자 앞에서 전문가들은 대체로 의연하고 일사불란한다. 김성준 과장이 이런 속성의 전문가였다.
그런 그가 슬로우 인더스트리(slow industry)인 보험과로 온 것은 이례적인 인사였다. 가격 결정과 경제 파급효과가 결과적으로 가장 느린 산업인 보험산업은 벤처캐피탈리즘의 가장 반대편에 서 있는 업종이라 생각된다. 오죽하면 보험사를 "가장 굼뜬 조직"이라고 부를까.
그럼에도 금융위에서는 김 과장의 젊고 빠른 추진력과 복잡한 금융시장과 정책과의 관계를 조율하는 능력을 주시했다. 국내외 정치, 경제 변수가 빼곡한 지난 5년간 김 과장은 자본시장과를 지키며 한국의 벤처캐피탈리즘이 성장과 퇴보하는 하는 장면을 직관하고 산업을 관리했다.
그런 그가 보험과장 임명 3개월 만에 대통령비서실로 파견됐다. 후임은 보험과 경력이 있는 이동엽 보험과장이다. 세간에서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금융위 시절 아끼고 신뢰했던 김성준 과장을 뽑아 갔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김용범 정책실장도 친정인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를 개편하는 데 참여해야하는 중책을 받았다. 어쩌면 자신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두 조직을 자기개혁해야 하는 입장이다. 김 실장은 특히 두 곳 요직을 역임한 만큼 두 기관 간의 역학관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모피아 중의 모피아다.
금융당국 개편 계획을 표명한 이재명 정부는 역설적으로 금융위원회 주요인재들을 쏙쏙 골라 대통령실 요직으로 데려가고 있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를 설계할 국정기획위원회의 결정이다.
앞서 국정위는 신진창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을 데려와 새 정부의 금융정책 밑그림을 설계 중이었는데 이번엔 1980년생 '젊은 피' 김성준 과장을 또 뽑아간 것이다.
사실 정치인, 사업가들은 어느 정도는 안다. 통상 관료 및 공직자는 특정 정당과 무관하게 행정부 일을 수행하도록 훈련 받는다.
이 때문에 어떤 정치적 혼란이 있어도 관료는 어느 직종보다 중심을 잡고 본연의 일을 수행하는 안정성을 지녔다. 큰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면은 부족해도 조직기조가 선명하면 그에 수위를 맞춰 일을 척척 해내는 게 우리 공직자들의 저력이다.
실용주의 공직자인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이례적인 칭찬을 내놓으면서 금융위의 역량은 또한번 주목받았다. 지난 15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6·27 대출 규제)' 시행을 주도한 김병환 금융위원장을 향해 "금리 규제 등이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칭찬하면서다.
조직 축소설에 기가 꺾인 금융위를 격려하는 차원의 발언일까.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대전에서 열린 충청 타운홀 미팅에서도 행사에 참석한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을 "이분(권 사무처장)을 소개해 드리자면, 이번에 부동산 대출 제한 조치를 만들어낸 분이다"라며 호평했다. 이재명 대통령 발언 하나하나가 아직은 정치적 메시지로 전달되다보니 시장과 공직에서는 '금융위 인재들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가 높은 것 같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체제 개편이라는 어젠다 속엔 금융위와 금감원의 분리가 녹아들어 있다. 이 때문에 금융위는 곧 수술대 위에 오를 것만 같지만, 금융위의 최고인재들은 대통령실로 모여들었다. 예로부터 제왕은 정치를 이룰 적에 인재를 확보하는 것을 급선무로 했다.
다만 금융위 인재는 입맛대로 골라 쓰면서 금융위 기능은 축소하겠다는 측면은 아쉽다. 김용범 정책실장, 신진창 국장, 김성준 과장 모두 금융위원회라는 조직에서 훈련 받은 인재 중 인재다. 어쩌면 정권에 따라 철학이 달라지는 금융감독원과 달리, 정권보다 본업에 충실한 금융위였기에 이같은 인물들이 등용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이재명 정부가 되어서야 정권보다 정책에 존재 의미를 두는 금융위가 조금 보인다. 정권과 가까워 하고 싶은 대로 해온 금감원과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금융위의 차이가 극명하다.
이재명 정부는 금융당국 조직개편을 할 거면 그만 뜸 들이고 어서 시행하길 바란다. 당국의 내부 긴장과 반발이 많다. 시간 낭비 하지 말고 실효성 있는 의사결정을 이제 보여라. 금융당국을 그만 괴롭히고 이제 일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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