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본사 전경. [출처=텐센트]
텐센트 본사 전경. [출처=텐센트]

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국내 게임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인 '3% 룰'이 감사위원 선임 전반에 확대 적용, 외국계 자본의 이사회 영향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IT 공룡 텐센트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주요 게임사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이 지난주 공포되면서 주요 게임사 내부에서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조항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6년 7월 이후 개최되는 주주총회부터 본격 적용된다.

핵심은 3% 룰이다. 기존에는 감사위원 중 1인을 분리 선출할 때만 적용됐지만, 개정안은 사외이사를 포함한 모든 감사위원 선임 시 동일한 제한을 두도록 바뀌었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라도 감사위원 선출 과정에서 실질적 통제력을 행사하기 어려워졌고, 그만큼 외국계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는 구조가 됐다.

감사위원회는 회계 감사는 물론 자회사 조사, 대표이사에 대한 소송 제기 권한까지 보유한 핵심 기구다. 게임업계는 이러한 제도 변화가 특정 외국 자본의 경영 개입을 용이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특히 텐센트의 지분율이 높은 △시프트업 △넷마블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등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텐센트는 시프트업 지분 34.76%, 넷마블 17.52%, 크래프톤 13.86%, 카카오게임즈 3.88%를 보유하고 있다. 각각 2~3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곳은 시프트업이다. 김형태 대표가 39.21%의 지분을 가진 가운데, 텐센트 계열사 에이스빌홍콩리미티드가 34.76%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쳐도 우호 지분은 42.6%에 불과하다. 텐센트는 시프트업의 대표작 ‘승리의 여신: 니케’의 글로벌 서비스를 맡고 있으며, 이 게임은 시프트업 전체 매출의 83.4%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사업 의존도와 지분 구조를 감안할 때, 텐센트가 향후 경영에 더욱 깊숙이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크래프톤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최대주주인 장병규 의장이 14.8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텐센트는 관련 법인을 포함해 13.86%를 갖고 있다. 우호 지분은 17.1%에 머물러 있다. 크래프톤의 핵심 수익원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중국 및 글로벌 유통은 텐센트가 맡고 있어, 이사회에 대한 실질적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 5월 자사주 47만주를 소각해 최대주주 측 지분을 일부 늘렸지만, 텐센트와의 격차는 여전히 1%포인트 수준이다.

업계는 여기에 더해 추진 중인 2차 상법 개정안에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중 통과를 목표로 하는 후속 개정안에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을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하고,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집중투표제가 시행되면 소액주주나 외국계 자본이 이사회에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인사를 더 쉽게 선임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시프트업과 넷마블 이사회에는 이미 텐센트 출신 인사가 각각 1명씩 포진해 있다. 제도 개편이 현실화될 경우, 텐센트는 기존 우호 지분 외에도 제도적 장치를 활용해 국내 게임사 경영에 더욱 적극적인 개입을 시도할 수 있다.

게임사 관계자는 "외국 자본의 경영 간섭 리스크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이번 개정안은 제도적으로 그 가능성을 공식화한 셈"이라며 "지분 구조가 취약한 게임사부터 차례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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