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의 야근 제한 근무제가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출처=SPC그룹]
SPC그룹의 야근 제한 근무제가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출처=SPC그룹]

SPC그룹이 생산직 야근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공식 발표가 제빵·식품 제조업계의 가격 인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인력 충원과 설비 개편 등 생산 구조 조정에 따른 비용 부담이 불가피해지면서다. 특히 여력이 부족한 중소 식품 제조업체들부터 가격 전가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은 지난 27일 대표이사 협의체인 'SPC 커미티'를 긴급 개최하고 오는 10월 1일부터 야근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새로운 근무제를 전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생산품목 조정, 라인 재편, 인력 확대 등 전방위적인 개편을 통해 기존의 12시간 맞교대 중심의 장시간 야간근로 체계를 없애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지난 25일 이재명 대통령이 SPC 삼립 시화공장에서 주재한 '산업재해 현장 간담회' 직후 나온 후속 조치다. 당시 이 대통령은 "사람이 밤 7시부터 새벽 7시까지 일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라며 장시간 야간근로의 현실을 비판했고 SPC 측은 "근무 형태를 바꿔보겠다"고 답했다.

SPC의 발표는 대기업의 선도적 조치로 평가받지만 업계 전반에는 비용 상승의 전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SPC는 자동화 설비 투자와 인력 보강이 가능하지만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납품 위주로 운영되는 중소 식품 제조업체들은 이에 상응하는 대응 여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SPC처럼 물량이 많은 기업은 투자 회수가 가능하지만, 중소기업은 인건비와 고정비 증가를 버티기 어려워 결국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게 되는 구조"라고 밝혔다.

실제로 식품 제조업은 △야간 생산 △새벽 물류 △조기 납품이 일상화된 업종으로 야근 시간 단축은 곧 생산량 감소로 이어진다. 이를 메우기 위한 주간 인력 증원과 생산라인 보완이 필요해지고 이는 고스란히 원가 상승 요인이 된다.

이처럼 원가 부담이 가중되면 제품 단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파리바게뜨와 같은 브랜드는 이미 고가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 중이며 다른 제과·제빵 업체들도 '원가 부담 명분'을 활용한 가격 인상을 추진할 수 있다. 소비자 물가에 또 다른 압박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공식품 물가가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 같은 구조 개편은 소비자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가공식품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6% 상승했다. 2023년 11월 이후 19개월 만에 최고치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2%)의 두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달 가공식품 73개 품목 중 62개의 물가가 오른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 중  빵은 6.4% 올랐다.

지난달 가공식품과 외식의 전체 소비자물가 기여도는 각각 0.39%포인트(p)와 0.44%포인트였다. 가공식품과 외식이 전체 소비자물가를 0.83%포인트 끌어올린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장기적으로 산업 전반의 구조 전환을 촉진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제조업계 내 장시간 근무 관행이 사회적 감시와 정치적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근무제 변화가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생산 방식 전환'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SPC 관계자는 "근무 형태 개선과 생산 효율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 라인 개편과 설비 정비 인력 교육 등을 병행할 계획"이라며 "노동조합과 협의를 이어가며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역시 이 같은 변화에 힘을 실었다. 대통령실은 같은 날 브리핑을 통해 "SPC가 변화로 답했다"며 "국민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후진적 사고는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일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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