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SPC 시화공장 방문…"반복되는 산재, 구조적 문제 바로잡아야"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경기 시흥시에 위치한 SPC삼립 시화공장을 직접 찾았다. 지난 5월 해당 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가 기계에 끼여 숨진 산업재해가 발생한 데 따른 현장 점검 차원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고 SPC그룹 경영진과 노사 대표,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근로환경 개선과 산업안전 대책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저도 산업재해 피해자다. 수십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일터에서 죽는 사람이 많다"며 과거 야구 글러브 공장에서 프레스에 팔이 끼여 장애를 입은 본인의 경험을 언급했다.

그는 "떨어지고, 깔리고, 끼여서 죽는 산재가 예측 불가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똑같은 방식으로 반복되는 사고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예방에 드는 비용보다 사고가 났을 때의 책임 비용이 더 낮은 것이 원인일 수 있다"며 "산재는 우발이 아니라 구조적 방치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정부는 이를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SPC의 근무 형태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게 "12시간 맞교대보다는 8시간씩 3교대가 인력도 효율적이고 비용도 줄 수 있다. 왜 12시간 교대를 유지하느냐"고 묻고 "임금 총액이 낮아서 8시간 일자리로는 사람이 안 모이는 구조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에 허 회장은 "당장 전환은 어렵지만 순차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답했으며 김범수 SPC삼립 대표는 "임금 등은 임단협을 통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SPC는 사고 이후 4조 3교대 시범 운영을 도입했으며 이날 간담회에서 2027년까지 주야 2교대 근무 비중을 현재 50%에서 20% 이내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김 대표는 이날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SPC 측의 안전 강화 계획을 설명했다. 그는 "외부 전문가 중심의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노사 안전협의체에 안전 전문가를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SPC는 2027년까지 △노후 설비 교체 △라인 정비 주 1회 실시 △스마트 안전 제안 시스템 도입 △위험작업 자동화 추진 등에 총 624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김 대표는 "다시는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뼈를 깎는 각오로 전면적인 시스템 쇄신에 나서겠다"며 "이번 사태는 SPC의 존재 이유를 되돌아보는 중대한 경고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SPC 임직진 외에도 CJ푸드빌, 크라운제과 등 타 식품업체 공장장들도 함께했다. 정부 측에서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문진영 사회수석 등이 동석해 산업재해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 논의에 무게를 실었다.

이 대통령은 "OECD 중 산재 사망률 1위 국가라는 오명, 자살률·교통사고 사망률 세계 최상위 국가라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며 "행복한 사회가 되기 어렵더라도 불행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일만큼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방문은 단순한 현장 위로 차원을 넘어 반복되는 산업재해의 구조적 원인을 환기하고 안전한 일터를 위한 제도적·현장적 전환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앞서 국무회의 및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산재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