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9일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워싱턴으로 출국하고 있다. [출처=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2372_688336_2319.jpg)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9일 미국 워싱턴DC로 전격 출국했다. 이는 지난 17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후 12일 만에 포착된 첫 외부 행보로, 한·미 간 고율 관세 유예 시한(8월 1일)을 앞두고 막바지 조율에 들어간 미국과의 협상에 힘을 보태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미국의 상호관세 발효를 불과 사흘 앞둔 시점에서, 우리 측 협상 카드로 미국 내 반도체 투자 확대와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 협력 방안을 꺼낼 가능성이 점쳐진다.
미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미국 현지 반도체 생산 거점을 위해 370억달러(약 54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테슬라와 체결한 대규모 반도체 수주 계약 성과를 미국 정부에 직접 부각시켜, 고율 관세 협상에서 한국의 협상력을 끌어올리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전날 공시를 통해 "2033년까지 총 22조8000억원(165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 계약(파운드리)을 글로벌 대형 고객사와 체결했다"고 밝혔다. 단일 고객사 기준 역대 최대 계약으로, 해당 고객사는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로 확인된 바 있다.
이번 계약의 핵심은 테슬라가 개발 중인 차세대 AI 칩 'AI6'의 위탁 생산이다. 이 칩은 테슬라 자율주행 시스템은 물론,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 AI 슈퍼컴퓨터 '도조(Dojo)' 등에도 폭넓게 적용될 예정이다.
이 회장의 이번 미국 출장은 그의 대법원 무죄 확정 이후 사실상 첫 글로벌 무대 등판이다. 그는 최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의혹과 관련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며 모든 법적 리스크를 해소하기도 했다.
이에 이 회장은 '뉴삼성' 구상을 더 이상 제약 없이 전면 가동할 수 있게 됐으며 전장·헬스케어·공조 등 미래사업 확대는 물론, 글로벌 통상 이슈에도 직접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미국은 동맹국들을 상대로 철강·자동차·반도체 등 핵심 품목에 대한 고율 관세 재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약 5500억 달러(약 760조원), 유럽연합(EU)은 6000억 달러(약 830조원)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제시하며 협상에 성공했다. 한국의 경우 조선과 반도체를 양대 축으로 한 '최종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텍사스 공장 기반의 고용 창출과 안정적 현지 생산 체제를 내세워 미국 정부의 통상 압박을 우회할 수 있는 구체적 사례를 직접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