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사진 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출처=각 사 제공]](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2394_688362_1217.jpg)
한·미 상호관세 발효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잇달아 미국으로 출국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번 두 재계 수장의 방미는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난 '뉴 삼성' 전략과 미래 조선사업을 동시에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도 해석된다. 정부와 재계가 총력전을 펼치며 삼성의 반도체·AI 기술과 한화의 조선 산업을 무기로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일(29일) 미국 워싱턴DC로 전격 출국했다. 지난 17일 대법원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의혹 관련 무죄 판결을 받은 지 12일 만의 첫 대외 행보다.
이 회장의 이번 미국행은 고율 관세 시행을 앞두고 미국과 막판 협상이 한창인 가운데, 반도체·AI 등 삼성의 대미 전략 사업 카드를 직접 들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미국 경제계와 정부·의회 고위 인사들과의 오랜 교류를 바탕으로 한국 입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반도체 등 대미 투자 확대를 통해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 중이다. 2030년까지 현지 반도체 생산 거점 확대에 총 370억 달러(약 54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방미를 통해 이 같은 투자 계획을 기반으로, 미국 측에 추가 반도체 생산시설 확충, AI 칩 기술 협력 확대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특히 최근 발표된 테슬라와의 대규모 수주 계약이 이목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날 공시를 통해 글로벌 대형 고객사와 총 22조8000억원(165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역대 단일 고객사 기준 최대 규모로, 해당 고객사는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로 확인됐다.
핵심 품목은 테슬라가 개발 중인 차세대 AI 칩 'AI6'이며, 이 칩은 자율주행 시스템은 물론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 AI 슈퍼컴퓨터 '도조(Dojo)' 등에 폭넓게 쓰일 예정이다.
업계에선 이번 계약이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자국 반도체 산업 부흥 정책과 맞물려 대미 협상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관세 협상 지원을 위해 지난 28일 미국 워싱턴으로 출장길에 올랐다. 김 부회장은 우리 정부가 미국에 제안한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의 구체화를 위해 정부 협상단에 합류했다.
마스가는 국내 조선사들의 대규모 미국 현지 투자와 기술 이전, 인력 양성 등을 담은 패키지 협력안이다. 금융 지원까지 포함한 이 계획에는 한국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공적 금융기관도 참여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실제 한화는 올 초 1억 달러를 들여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현 한화필리십야드)를 인수했으며 최근 정부에 추가 투자·기술 이전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 정부는 현재 조선과 반도체를 양대 축으로 미국 측과 협상 중이며 일부에선 수백억 달러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이미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일본은 5500억 달러(약 760조원), 유럽연합은 6000억 달러(약 830조원)의 투자 계획을 내세워 고율 관세 감면에 성공했다. 일본은 특히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고, 유럽도 반도체·전기차 분야 협력으로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과 한화가 관세 협상과 관련해 실질적으로 투자와 기술 협력을 직접 내세우는 사례는 이례적"이라며 "이재용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이 움직인 만큼, 미 정부에서도 무게감을 인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