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이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 이른바 ‘K-스틸법’을 발의했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특별위원회’ 신설, 녹색철강 기술에 대한 보조금·세제 혜택, ‘녹색특구’ 조성 등이 핵심 내용이다.
법안만 보면 장밋빛이다. 하지만 너무 먼 미래를 그리는 정책이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일부 품목에 대해 상호관세를 15% 인하했지만, 철강은 제외돼 여전히 50%의 고율 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법안이 철강업계를 달래기 위해 급조된 것 같은 우려가 든다.
이번 K-스틸법은 저탄소 철강 기술 개발 등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중장기 전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산업계 성장을 위한 장기적인 정부의 진흥책은 필요하다. 문제는 현재 한국 철강이 처한 위기의 본질은 거기에 있지 않다.
한국 철강의 위기는 ‘수요 부진’과 ‘생산비용 상승’에서 비롯됐다. 건설 경기 침체로 철강 소비 기반이 무너졌고,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생산비가 올라 중국산 저가 공세에 밀리고 있다. 품질 문제가 아니라, 팔 곳이 없고, 팔아도 남지 않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기술’과 ‘탄소중립’이라는 명분에만 집중한다면 정책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요 창출과 공정 경쟁 환경 조성 같은 현실적인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
저탄소 철강은 결국 가야 할 길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산업의 생존을 담보할 수는 없다. 글로벌 철강 시장이 급변하는 지금, 한국 철강이 살아남을 시장을 발굴하고, 경쟁력을 재정비해야 한다.
철강산업은 더 이상 ‘과거의 산업’이 아니다. 반도체, 조선, 자동차, 에너지 등 어느 하나 철강 없이 움직이지 않는다. 철강은 모든 산업의 뿌리이자 기초 체력이다.
‘진흥법’이란 이름이 아깝지 않으려면, 위기 앞에 흔들리는 철강업계를 다독이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진짜 생존 전략을 담아야 한다. ‘기술’도, ‘명분’도, 결국은 현실 위에 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