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출처=삼성전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3591_689723_479.jpg)
삼성전자가 테슬라에 이어 애플까지 글로벌 빅테크들을 잇따라 고객사로 확보,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에 반전의 기회를 만들고 있다.
최근 사법 리스크를 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글로벌 광폭 행보에 나서면서, 그가 공언한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비전에 한층 더 속도가 붙고 있다는 평가다.
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애플의 차세대 칩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자사 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이날 애플은 공식 성명을 통해 "삼성과 협력해 전 세계 최초로 사용되는 혁신적인 칩 제조 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아이폰을 포함한 애플 제품의 전력 효율성과 성능을 최적화하는 칩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이 칩이 삼성의 이미지센서 '아이소셀(ISOCELL)'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미지센서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핵심 부품으로, 삼성은 그동안 자사 갤럭시 스마트폰과 중국 샤오미·비보·모토로라 등에 공급해왔다.
애플과의 협력 기술로 언급된 '혁신적인 칩 제조 기술'은 업계에서 '3단 적층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해석된다. 이는 칩 크기를 줄이고 전력 효율을 높이며, 신호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차세대 패키징 기술이다. 현재 일본 소니가 상용화에 앞서 있고, 삼성은 애플과의 기술 개발을 통해 이 방식이 적용된 신제품을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일반적으로 신제품 설계에 2~3년을 투입한다. 이를 감안하면 삼성의 아이소셀 이미지센서는 빠르면 2027년 출시될 차세대 아이폰부터 탑재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이미지센서의 설계와 생산을 총괄하고 있으며, 2023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파운드리의 이미지센서 생산 라인을 시스템LSI로 이관한 바 있다.
이번 애플 수주는 최근 테슬라와의 165억달러(약 23조원) 규모 공급 계약에 이은 두 번째 대형 낭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는 그간의 적자 행진에서 벗어나 실적 개선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 시스템LSI·파운드리 부문은 올해 2분기에만 2조원 후반대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엑시노스의 채택률 저조와 이미지센서 점유율 정체, 파운드리 수율 문제 등이 적자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실제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삼성의 위상은 도전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이미지센서 시장 점유율은 소니가 51.6%로 압도적인 1위이며, 삼성은 15.4%로 2위다. 3위인 중국 옴니비전도 11.9%로 빠르게 추격 중이다. 그러나 연간 2억대 이상의 아이폰을 판매하는 애플이 삼성의 이미지센서를 채택할 경우,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소니가 독점하던 프리미엄 스마트폰 이미지센서 시장에 삼성이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의미가 크다"며 "삼성 아이소셀의 초고화소, 픽셀 설계 등 기술력이 애플의 요구를 만족시켰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은 하반기부터 2나노 공정 기반의 ‘엑시노스 2600’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 칩은 내년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탑재될 가능성이 높아 시스템LSI 사업의 반등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출처=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3591_689724_4744.jpg)
이번 애플 수주 역시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리더십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은 지난달 중순 美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해 글로벌 IT·자동차 기업들과 교류한 데 이어, 말에는 워싱턴을 방문해 대미 통상 이슈 대응과 고객사 미팅 등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에 공급하는 이미지센서 역시 이 회장이 강조해온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는 경영 철학이 녹아든 제품일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와 애플이라는 글로벌 톱티어 고객을 확보하며 삼성은 향후 추가 고객 유치에서도 신뢰를 확보한 셈"이라며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의 동반 회복을 통한 반도체 사업 전반의 턴어라운드에도 기대감이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