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 [출처=HD현대 ]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 [출처=HD현대 ]

조선업계가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MASGA) 훈풍 속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았지만, 노사갈등 경고등이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올해 임단협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여름휴가를 마친 HD현대 조선부문 노조가 공동파업을 예고하면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미 해군 MRO(유지·정비·보수) 사업 첫 수주라는 쾌거에도 불구하고,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면 협력 성과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9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HD현대 조선3사 노조는 지난 13일 전남 영암에서 대표자 회의를 열고 공동투쟁 방침을 확정했다.

3사 노조는 임단협 교섭 상황을 공유한 뒤, 오는 29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9월 첫 주부터 공동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앞서 '맏형'인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달 18일 △기본급 13만3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격려금 520만원 △특별 인센티브 약정임금 100% 지급 등을 포함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조합원 투표에서 63.8% 반대로 부결됐다.

이후 노조는 "이번 부결은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니라 사측에 대한 불신의 결과"라고 해석하며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3사 노조는 휴가 복귀 이후 2주간 사업장별 집중교섭을 진행하되, 시한 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고강도 투쟁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협상 시한을 못 박고 파업 카드를 꺼내든 만큼, 업계 전반에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HD현대는 최근 미 해군 MRO 사업을 수주하며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의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노사 갈등으로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향후 사업 수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글로벌 발주처들은 기술력 못지않게 생산 안정성을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다. 파업 등으로 인한 생산지연은 곧바로 신뢰 저하로 직결될 수 있는 문제다. 특히 MRO 사업처럼 일정 준수와 품질 관리 등에 민감한 프로젝트의 경우 작은 변수도 계약 성패를 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지금은 노사가 힘을 합쳐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라는 기회를 확실한 성장 동력으로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낸다.

HD현대의 상황은 업계 전반에도 긴장을 불러온다. 최근 한국 조선업계는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장기 성장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노사 갈등이 격화되면 결국 한국 조선업계 전체의 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경쟁사인 한화오션의 대조적인 모습도 부각된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임단협을 조기에 마무리했다. 덕분에 노사는 내부 안정을 확보한 상태에서 글로벌 협력 확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한화오션은 미국 현지 필리조선소 등을 발판으로 '마스가' 핵심업체로 발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스가'라는 전략적 협력 체계는 한국 조선업에 장기적 기회를 제공하는데 노사 갈등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국익에도 타격이 될 수 있다"며 "HD현대 노사가 조속한 협상 타결을 통해 상생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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