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이 ‘우물 안 개구리’라는 한계를 벗어나 세계 무대로 도약하기 위해 장착해야 할 필수적인 무기가 바로 신약 개발이다. 신약은 단순한 생산 기술이 아닌 오랜 기간의 연구개발(R&D)을 통해서만 탄생할 수 있다. R&D 과정은 단기적인 수익을 보장하지 않지만, 지속적인 투자 없이는 결코 결실을 맺을 수 없다. 이런 이유로 과거 보수적인 경영 기조에 머물던 국내 제약사들도 최근들어 많이 달라졌다. 막대한 자금과 전문 인력을 투입하며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EBN산업경제>는 국내 제약사들의 R&D 현주소와 미래 방향성을 짚어보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챗GPT 생성이미지. [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5164_691571_2425.jpg)
1926년 유일한 박사에 의해 설립된 유한양행이 창업 100주년을 앞두고 글로벌 연구개발(R&D) 중심 제약기업으로의 도약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수 의약품 생산·성실한 납세·기업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창업 이념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유한양행은 연구개발 성과가 빛을 발하면서 이제 국내를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영향력을 보여주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2024년 한 해 동안 매출의 13.0%에 해당하는 2688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이는 국내 제약사 중에서도 높은 비율에 해당하며 단순한 매출 성장보다는 미래 혁신을 위한 장기적 투자를 택했다는 점에서 업계에 의미가 주고 있다.
매출 10% 이상 연구개발에 투입…30개 신약 개발 中
유한양행은 연구개발 역량 고도화와 함께 글로벌 제약사 및 바이오벤처와의 협업을 적극 확대했다. 이를 통해 퇴행성디스크 치료제 YH14618(임상 3상), 위장관운동장애 치료제 YH12852(임상 2a 완료, 2b 준비), 면역항암제 YH32367(임상 1상), 알레르기 치료제 YH35324(임상 1상) 등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가시적 성과 단계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유한양행은 연구개발 패러다임을 한층 더 강화한다. 핵심 전략은 △AI 및 빅데이터 기반 신약 개발 도입 △글로벌 라이선싱 확대 △혁신 파이프라인 확충 △R&D 시스템 고도화다.
AI 기반 분자 설계 및 데이터 해석 플랫폼을 도입해 연구 효율성을 높이고 신약 후보물질 발굴 속도를 단축한다는 전략이다. 국내외 바이오벤처 및 대학과의 공동연구를 확대해 ‘개방형 혁신’ 체계를 강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연구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현재 유한양행은 △종양 △심혈관·신장·대사 △면역·염증 △신경계 등 4대 핵심 영역을 중심으로 총 30개 혁신 신약 과제를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종양 분야는 14개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폐암을 비롯한 미충족 수요가 높은 암종에서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유한양행 혁신신약 파이프라인 수. [출처=유한양행]](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5164_691572_2440.jpg)
인재 중심의 체계…오픈 이노베이션 모델 정착
유한양행의 R&D 경쟁력을 떠받치는 또 하나의 축은 전문 연구인력이다. 유한양행은 국내 제약기업 중 최상위급 규모(연면적 2만3770㎡)의 연구시설인 경기도 용인의 중앙연구소를 중심으로 혁신신약과 개량신약, 원료의약품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중앙연구소 등 관련 부서에는 총 449명의 연구자가 근무 중이며 이 가운데 박사 99명, 석사 227명, 학사 88명, 기타 35명이 포함된다. 유한양행은 국내외 대학 파견과 박사 과정 지원, 부서 간 교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인재의 실무 경험을 넓히고 글로벌 감각을 키우고 있다.
특히 연구자들 간의 활발한 기술 교류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식의 집적과 혁신 역량의 확산을 꾀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장기적인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연구개발의 미래를 이끌 우수한 인재의 확보와 체계적인 육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2022년부터 유한 이노베이션 프로그램(Yuhan Innovation Program, YIP)을 도입해 미래 혁신신약 개발의 플랫폼도 구축했다. YIP는 국내 대학 및 공공연구기관의 창의적 연구를 지원하고 이를 글로벌 수준의 신약개발로 연결하는 개방형 혁신 모델이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YIP는 63개 과제에 총 77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항암 △면역·염증 △TPD(Targeted Protein Degradation) △RNA △ADC(Antibody-Drug Conjugate) 등 차세대 신약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나왔고 일부 과제는 후속 지원으로 이어져 연구 성과의 연속성을 확보했다.
유한양행은 해외 유수 제약사에 기술을 수출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다시 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이 전략은 2015년 이후 연구개발 역량과 성과 모두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었고 지금의 R&D 중심 경영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 됐다.
유한양행은 “글로벌 수준의 연구 역량과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신약을 개발한다”는 비전을 세우고 있다. 단순히 국내 대표 제약사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적인 제약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