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일본 총리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연합뉴스]
이시바 일본 총리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수입 관세가 27.5%에서 15%로 인하되는 조치가 확정됨에 따라 지난 7월 체결된 미일 무역 합의가 본격 이행 단계에 들어섰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미국에 약속한 5500억 달러(765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양해각서(MOU)를 통한 구속력이 생기면서 일본 내부에서는 불균형한 합의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6일 보도에서 “행정명령으로 관세 인하가 실현됐지만, 향후 일본 측 투자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관세 재인상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미국 측의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양해각서 체결로 일본이 미국에 약속한 5500억달러의 대규모 투자는 단순한 구두 합의가 아닌 문서화된 확약으로 남게 됐다. 일본 정부는 관세 인하를 조기 시행해달라고 요청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문서화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투자처 결정권이 미국 대통령, 즉 트럼프 대통령에게 집중된 구조라는 점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투자처는 미국 상무부 장관이 의장을 맡는 투자위원회의 추천을 바탕으로 대통령이 직접 지정하도록 규정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종료일인 오는 2029년 1월 19일까지 이 같은 구조가 유지된다. 실질적인 투자 집행 권한이 일본 측에 없는 셈이다.

더욱이 투자 조건에는 ‘일본이 약속한 자금을 제공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관세를 다시 인상할 수 있다’는 문구까지 명시됐다. 일본 언론은 이를 “트럼프 대통령의 의향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 위험한 불씨”라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투자 자금을 일본무역보험(NEXI), 일본국제협력은행(JBIC) 등의 융자나 출자, 보증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양해각서에는 구체적인 조달 방식이나 실행 일정이 명시돼 있지 않다.

수익 배분 방식 또한 일본에 불리하게 짜여 있다. 프로젝트 수익은 JBIC 등 일본 금융기관의 원리금이 모두 상환되기 전까지는 미국과 일본이 절반씩 나누고, 상환 완료 후에는 프로젝트별 이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가게 된다. 인프라 제공 등 미국 측 기여도 일정 부분 명시됐지만, 일본 입장에서 볼 때 실질적인 투자 주체로서의 권한은 크지 않다.

마이니치신문은 “양해각서 체결로 일본의 대미 투자 실행 압력이 한층 더 커질 수 있다”며 “미국이 채산성에 의문이 있는 사업을 강행할 경우, 그 부담이 일본 측에 전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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