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7850_694690_3013.png)
지난 시리즈에서는 '신의 직장'이라 불렸던 여천NCC가 나프타(Naphtha)에 의존하는 사업 구조와 과도한 배당으로 위기에 처한 배경을 짚어봤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부도 직전까지 내몰린 이유는 비단 이뿐만이 아닙니다. 본업 부진으로 적자가 이어진 상황에서 파생상품 투자 실패라는 치명적인 실책이 겹치면서 재정적 부담은 극에 달하게 됩니다. 이번 편에서는 여천NCC가 파생상품에 손을 댄 이유는 무엇인지, 또 파생상품 투자가 어떤 나비 효과를 불러일으켰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 급증한 외화부채…'고환율 베팅'에 나서다
대개 기업들은 파생상품에 곧잘 투자하곤 합니다. 환율이나 이자율 같은 예측 불가능한 금융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죠. 이는 핵심 원재료인 나프타를 해외에서 달러로 수입하는 사업구조를 갖춘 여천NCC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문제는 회사의 외화부채 규모가 외화자산보다 훨씬 컸다는 점에서 시작합니다. 실제로 올 상반기 기준 여천NCC의 외화자산은 약 803억원(달러 기준)에 불과한 반면 외화부채 총액은 약 8363억원(달러 기준)에 달했습니다. 갚아야 할 달러가 받을 액수보다 10배가량 많았던 겁니다.
![[출처=여천NCC 제27기 사업보고서]](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7850_694706_149.png)
또 다른 골칫거리는 바로 외화부채가 늘어나는 '속도'였습니다. 2017년 2545억원 수준이던 외화 부채 규모가 올 상반기 약 3배 이상 급증하자, 여천NCC는 원화 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 리스크를 헤지(회피)하기 위해 파생상품 투자를 대폭 늘립니다.
결국 회사는 환율 상승에 대비해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달러를 사들이는 통화선도(FWD) 매입 계약을 올 상반기 국내 주요 은행들과 57건이나 체결하며 '고환율 베팅'에 나섭니다.
SC은행(1456.25원·1월), 신한은행(1465.60원·3월), 산업은행(1454.45원·4월) 등과 달러당 1400원대 중반의 높은 가격에 달러를 매입하기로 약정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계약 만기 시점에는 환율이 적어도 1400원대 중반을 유지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죠.
여천NCC는 고환율이 유지될 것이란 전망에 어느정도 자신감이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일 예로 회사가 지난 8월 게재한 반기 사업보고서에는 '외화민감도 분석'이라는 항목이 등장하는데요.
이를 통해 환율 변동에 따른 두 가지 상반된 시나리오를 제시합니다. 먼저 원화 가치가 10% 상승하면 회사의 세전이익은 756억원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반대로 원화 가치가 10% 하락할 경우 파생상품 투자에서 915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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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율 예측 실패가 수백억원대 손실로
문제는 환율이 소위 '신의 영역'이라 불릴 만큼 전문가들도 예측하기 어려운 분야라는 겁니다. 애석하게도 환율 시장은 고환율을 기대했던 여천NCC의 바람과는 반대로 움직이게 됩니다. 연초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완화되고 탄핵 폭풍에 휩싸였던 국내 정세가 서서히 안정되기 시작하면서 6월 원달러 환율은 1350원선까지 떨어지게 됩니다.
결국 계약이 만기에 도래하자 비싼 가격에 달러를 매입하게 되고 이는 곧 약 454억원의 파생상품거래손실로 이어집니다. 이에 더해 만기가 남은 계약들에서도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약 309억원의 파생상품평가손실이 발생합니다.
본업 부진으로 상반기 영업손실이 1566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격으로 파생상품 운용으로만 763억원의 손실을 본 것입니다. 이는 상반기 당기순손실(2222억원)의 34%에 달하는 금액으로 회사의 재정적 어려움을 증폭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환율 리스크를 줄이려던 선택이 오히려 회사의 부도 가능성을 높이고 마는 치명적인 패착이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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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와 다른 결말…결과로 평가 받는 숙명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파생상품을 운용하는 주된 목적은 수익 창출보다 '위험 회피'에 있습니다. 여천NCC도 반기보고서에서 '환율 방어'를 파생상품 투자의 주된 목적으로 명시합니다.
회사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외화 매출채권과 매입채무 간의 매칭(Matching)을 통해 단기적인 환노출 위험을 최소화시키고 있다"며 "장기차입금의 경우 파생상품을 이용한 헤지를 통해 환위험도를 사전에 제거하고 있다"고 설명하죠.
더욱이 과거 파생상품으로 수익을 본 경험도 있으니 이를 쉽게 놓지는 못했을 겁니다. 회사는 지난 2022년 파생상품 거래이익으로 약 1088원, 파생상품평가이익으로 약 2억원을 올렸습니다. 파생상품 관련 순이익으로 약 1090억원을 기록한 것이죠. 당시에는 환율 변동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전략이 들어맞았던 겁니다.
이런 점에서 여천NCC의 파생상품 투자 결과를 들여다 본 한 회계 전문가의 분석은 많은 생각을 들게 합니다.
"기업이 리스크 대비 차원에서 파생상품을 투자한 선택 그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다만 여천NCC는 파생상품 투자로 결국 손실을 보게 됐고 이는 부도 위기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업의 선택은 늘 결과로 평가 받는다."
[여천NCC 신화의 몰락]④시리즈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