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연합뉴스]
미국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연합뉴스]

미국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크게 위축된 것으로 드러났다.

미 노동통계국(BLS)이 9일(현지시간) 발표한 예비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3월까지 1년간 고용 증가가 기존 발표치보다 약 91만1000명 적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최종 확정 시 고용 통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연간 수정이 된다.

BLS는 매년 기업 설문조사(신속하지만 부정확 가능성 존재)와 실업보험 세금 신고 자료(정확하지만 시차 존재)를 대조해 고용 데이터를 보정한다. 이번 예비 수정치는 전체 고용의 약 0.6%에 해당하며, 과거 10년 평균치(0.2%)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교역·운송·공공설비 분야에서만 22만6000명 감소(0.8%)가 반영됐고 정보통신업은 6만7000명 감소(2.3%)로 비중 대비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충격 이후 기업 창업·폐업 패턴을 추정하는 '출생-사망(birth-death) 모델'의 왜곡, 낮은 설문 응답률, 이민·비자 통계 보정 문제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웰스파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세라 하우스는 "최근 고용 둔화 흐름과 맞물려 미국 노동시장이 생각보다 훨씬 취약한 상태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는 BLS가 내부 혼란을 겪는 가운데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에리카 맥엔타퍼 BLS 국장을 "통계를 조작했다"며 경질했다. 이어 보수 성향 헤리티지재단 소속 경제학자 E.J. 안토니를 차기 국장으로 지명해 학계와 전문가들의 반발을 샀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정부의 경제 실패와 BLS의 무능을 이미 지적한 바 있으며, 이번 수정은 그의 주장을 입증했다"며 "연준 의장 파월은 더 이상 변명할 수 없으며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노동부 역시 BLS 현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인력 부족과 예산 삭감으로 인해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

BLS는 90년 이상 이어온 고용 통계 벤치마킹 과정을 수행해 왔지만 최근 들어 신뢰성과 정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응답률 하락, 팬데믹 충격, 이민자 노동력 추정의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데이터 편차가 확대된 것이다.

전 BLS 국장 에리카 그로셴은 "현재 인력이 20% 줄었고 주요 간부직의 3분의 1이 공석”이라며 “보고서 생산조차 벅찬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방 경제 데이터는 오랜 신뢰성과 투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골드 스탠더드'였지만 현 인프라는 붕괴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대규모 하향 조정은 단순한 통계상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시장과 기업, 정책당국, 가계의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금리 정책, 정부의 경제 대책, 기업 투자 계획 모두가 이 데이터에 의존한다"며 "데이터 신뢰성 회복 없이는 미국 경제 운영 전반에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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