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계가 경기 침체의 파고 속에서 ‘러닝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출처=오픈AI]
국내 유통업계가 경기 침체의 파고 속에서 ‘러닝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출처=오픈AI]

국내 주요 백화점들이 경기 침체의 파고 속에서 ‘러닝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러닝 인구가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러닝화 중심의 운동화 시장 규모만 1조원을 넘어서는 등 관련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서다.

진입 장벽이 낮고 비용 부담이 적은 특성이 소비 심리 위축기에도 안정적인 수요를 뒷받침하면서 이들 유통 채널은 러닝 브랜드 유치, 편집숍 운영, 자체 대회 개최 등 전방위 전략으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15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운동화 시장 규모는 약 4조원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러닝화가 1조원 이상을 차지했던 것으로 추정됐다.

러닝 산업이 고물가 환경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2030세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했고, 이러한 인구 기반 확대가 백화점 등 유통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방증하는 수치였다.

실제로 백화점 업계의 러닝 관련 매출은 고공행진 중이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올해 상반기 러닝 관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도 같은 기간 퍼포먼스 슈즈 카테고리 매출이 33.1% 뛰어올랐다. 이는 전체 스포츠 슈즈 성장률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롯데백화점 역시 러닝화 매출이 20% 가까이 증가하며 상승세를 탔다.

이처럼 러닝이 단순한 운동을 넘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고 관련 산업이 실질적인 실적 돌파구 역할을 해내기 시작하면서, 백화점들은 매장 구성에 변화를 주고 체험형 공간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려고 시도하는 등 수요 대응에 이전보다 적극 나서고 있다.

주요 백화점 3사 모두 건물 핵심 위치에 러닝 전용 매장을 배치하거나 러닝 브랜드를 한데 모은 편집숍을 운영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 대구, 판교점에 러닝 편집숍 ‘굿러너컴퍼니’를 도입해 호카, 온러닝, 살로몬 등 러닝 특화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주요 점포에서 나이키, 아디다스, 아식스 등 기존 강자들을 강화하면서도 퍼포먼스 중심의 러닝화 판매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나이키 라이즈’ 매장을 롯데월드몰점에 선보여 개장 한 달 만에 러닝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소비자 체험과 브랜드 경험을 동시에 제공하는 ‘러닝 콘텐츠’도 강화되고 있다. 더현대 서울은 러닝 용품 브랜드 A.R.C의 단독 팝업스토어를 국내 최초로 열었으며, 고객 참여형 러닝 클래스를 함께 운영해 관심을 모았다.

현대백화점은 나이키와 함께 야간 러닝 대회 ‘애프터 다크 투어’를 연계한 팝업스토어도 진행했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10월 송파구와 손잡고 ‘2025 스타일런’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는 백화점 업계에서 유일하게 정례화된 러닝 대회로 올해로 7회째를 맞는다.

패션업계도 러닝 열풍에 반응하고 있다. 일상복과 운동복의 경계를 허문 ‘러닝코어’ 트렌드가 부상하면서 관련 상품군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젝시믹스의 러닝 전용 라인 ‘RX’는 출시 1년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브랜드 실적 회복에 기여했다. 안다르는 자체 개발 원단을 활용한 ‘런부스트 컬렉션’을 출시했고, 룰루레몬도 러닝 특화 라인 ‘패스트 앤 프리’를 통해 국내 러너 공략을 본격화했다.

러닝 시장의 이 같은 성장세는 해외 브랜드의 한국 진출을 자극하는 촉매제 역할도 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스위스 브랜드 ‘온러닝’이다. 지난해 11월 국내에 공식 진출한 온러닝은 더현대 서울과 롯데백화점 본점 등에 단독 매장을 열었고, 올해 하반기에는 한남동 앤트러사이트 부지에 플래그십 스토어 개장을 앞두고 있다. 북미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 역시 러닝 수요 확대에 발맞춰 최근 한국시장 직진출을 공식화하고 러닝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러닝은 불황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요를 유지하는 독특한 영역으로 단순히 제품 판매를 넘어서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앞으로도 러닝을 매개로 다양한 브랜드 협업과 콘텐츠 개발이 활발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