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주목받는 새로운 키워드는 ‘유리’다. 과거에는 단순히 빛을 들이고 실내외를 구분하는 기능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외관을 완성하는 마감재이자 조망을 극대화하고 주거 품질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서울 한강변을 비롯한 주요 지역에 들어서는 고급 아파트들은 외벽을 유리로 감싼 커튼월룩을 앞세우고 있다. 초고층 주상복합에서 주로 사용되던 공법이 고급 아파트에도 적용되면서, 획일적인 외관에서 벗어나 세련되고 현대적인 도시 이미지를 만드는 효과가 크다. 외관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유리는 단순한 건축 자재를 넘어 단지의 정체성과 고급스러움을 표현하는 상징으로 부상했다.
조망권을 가로막던 철제 난간 대신 투명한 유리 난간을 적용하는 사례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거실에서 막힘 없는 파노라마 뷰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부식이나 변색에 취약한 철제와 달리 내구성이 뛰어나 관리가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개방감과 쾌적성이 아파트의 가치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실내에서는 성능이 강조된다. 최근 신축 아파트에는 단열과 방음 효과를 극대화한 3중 로이(Low-E) 유리 창호가 일반적으로 적용된다. 이를 통해 냉·난방비 절감은 물론 결로 현상까지 방지할 수 있어 거주자의 생활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유리 기술이 주거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고 평가한다.
유리는 이제 에너지 절약을 넘어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아파트 외벽이나 옥상에 설치되는 태양광 패널이 대표적이다. 특수 강화유리를 기반으로 한 태양광 패널은 ‘발전하는 유리’로 불리며, 미래 주거 공간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분양 현장에서도 유리 특화 설계를 내세운 단지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 두산건설과 BS한양이 컨소시엄으로 추진하는 인천 부평구 부개4구역 주택재개발 사업 ‘두산위브&수자인 부평 더퍼스트’는 커튼월룩 외관을 적용하고 발코니 확장 시 유리 난간을 도입한다. 총 1,299가구 규모로 이 중 514가구가 일반분양된다. 현대건설은 오는 10월 경기 광명뉴타운에서 공급하는 ‘힐스테이트 광명11(가칭)’에 일부 커튼월룩과 유리 난간을 적용하며, 총 4,291가구 중 652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지방에서는 울산 남구의 ‘한화포레나 울산무거’(816가구), 부산 해운대 우동2구역의 ‘베뉴브 해운대’(660가구)에도 커튼월룩과 유리 난간이 설계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리는 외관 디자인과 조망 확보, 에너지 효율 등 주거 가치 전반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자재”라며 “아파트 단지에 적용된 유리의 수준이 곧 단지의 프리미엄을 보여주는 척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