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원가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하고 실제 소득은 축소 신고해 세금을 탈루한 식품 외식 관련 업체를 대상으로 국세청 세무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출처=연합뉴스]
무원가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하고 실제 소득은 축소 신고해 세금을 탈루한 식품 외식 관련 업체를 대상으로 국세청 세무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출처=연합뉴스]

가공식품 제조업체, 농축수산물 유통업체, 외식 프랜차이즈 본부 등 다수의 식품 관련 업체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을 빌미로 비용을 부풀려 제품 가격을 과도하게 인상하고 실제 소득은 축소 신고해 세금을 탈루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세청은 25일 이 같은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한 의심을 받고 있는 식품·외식 관련 업체들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들어갔다고 밝다.

조사 대상은 가공식품 제조·판매업체,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농·축·수산물 유통업체, 예식·장례 등 경조사 업체 등 총 55곳이며, 이들이 탈루한 의심 금액은 약 8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국세청은 파악했다.

조사 대상 55곳은 분야별로 예식·장례업체가 17곳으로 가장 많았고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14곳, 가공식품 제조·판매업체 12곳, 농·축·수산물 납품·유통업체 12곳 등으로 구성됐다.

가맹본부 가운데 10곳은 음식 관련 프랜차이즈이며 나머지 4곳은 커피 등 음료 프랜차이즈다. 조사 대상에는 가맹점 수가 1000여 개에 이르는 대형 프랜차이즈도 포함돼 있다.

국세청 조사 결과, 다수 업체가 외부에선 원자재·물류비·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인상했으나 내부 회계에서는 원재료비·가공인건비 등 비용을 부풀려 과세표준을 낮춘 정황이 드러났다.

가공식품 업체 중 조사 대상의 약절에서 10% 이상 가격을 인상한 곳이 여러 곳 있었고, 일부는 30% 수준까지 가격을 올린 사례도 확인됐다. 프랜차이즈의 경우도 10% 이상 가격을 인상한 곳이 다수였고, 예식·장례업체는 평균 15∼20% 수준으로 인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세청은 원가 부풀리기 수법으로 △거짓 매입·가공인건비 계상 △거짓 세금계산서 수취 △무자료 거래 및 차명계좌 이용 등을 포착했다. 일부 업체는 거래처를 통해 과다 계상한 재료비나 용역비를 돌려받는 방식으로 부당 이득을 취했으며, 이들 거래처가 사주 일가가 설립했거나 임원을 허위 등재한 곳인 경우도 있었다.

무자료 거래와 차명계좌를 활용해 매출을 누락한 정황도 다수 발견됐다. 특히 일부 농·축·수산물 업체는 농어민과의 직거래에서 거래 증빙이 필요 없다는 점을 악용해 재료를 무자료로 매입하고 현금 또는 차명계좌로 판매대금을 수령해 거래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예식·장례업체들은 할인 조건을 제시해 현금 결제를 유도하고, 축의금·조의금을 이용해 결제하도록 해 수입 신고를 회피한 사례가 많았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경우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고가의 원재료를 매입한 뒤 가맹점에 높은 가격으로 재공급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이전한 정황이 확인됐다.

또한 가맹점과 공동으로 부담해야 하는 광고비를 가맹본부가 전액 부담한 것으로 회계상 처리해 법인 비용으로 과다 계상한 사례, 가맹비·교육비를 현금으로 받거나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아 매출을 누락한 사례도 드러났다.

국세청이 제시한 개별 사례를 보면, 가공식품 제조업체 A사는 사주 일가가 설립한 업체에서 원재료를 고가로 매입해 재료비를 과다 신고했고, 인력공급 업체에 용역비를 과도하게 지급한 뒤 해당 비용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돌려받았다.

유통업체 B사는 실제 거래하지 않은 농산물을 매입한 것처럼 꾸며 매입액을 부풀렸고, 판매 시 현금 결제나 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로 입금된 매출을 신고하지 않았다.

프랜차이즈 C사는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고가 원재료를 공급받아 가맹점에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재공급했고, 가맹비·광고비·디자인 사용료 등에서 매출 누락 및 비용 과다 계상 정황이 발견됐다.

예식·장례업체 D·E사는 실제 용역 제공이 없었음에도 거짓 계산서를 수취하거나 현금 결제로 매출을 축소 신고한 사례가 확인됐다.

조사 과정에서 일부 업체의 사주 일가가 법인 자금으로 고급 아파트, 고가 차량, 요트 등을 구입한 정황도 포착됐다. 국세청은 탈세 연루 사주 일가를 대상으로 재산 취득 전반에 걸친 자금 출처를 추적·검증할 계획이며, 원가 부풀리기를 도운 거래처에 대해서도 엄정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 조사국 민주원 국장은 '불법적인 거래 행태에 대해서는 일시보관, 금융추적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조사를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세포탈 및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등 조세범칙 행위가 확인되면 형사처벌 등 엄정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를 통해 원가 부풀리기와 무자료·차명거래 등 불법 행위를 근절하고, 물가 상승을 빌미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면서도 과세를 회피하는 행태를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환수·가산세 부과는 물론 범법 행위가 드러난 경우 형사 책임까지 추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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